더 북한 사설

'북핵 불용' 한목소리 낸 미·중 정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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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세기의 회동’으로 주목받은 서니랜즈 미·중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핵 문제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 주말 이틀에 걸쳐 진행된 총 8시간의 대화 끝에 두 사람은 단호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평양에 던졌다. 미·중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할 수 없고, 북한은 핵을 포기해야 하며 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엄중한 대북(對北) 경고 메시지다.

 회동 결과를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면서 미 측은 “두 정상이 북핵 문제에 관해 상당한 수준의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중국 측은 “두 정상이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같은 입장과 목표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핵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중 정상이 한목소리로 북핵 불용과 북한 비핵화 의지를 천명했다는 것은 북핵을 둘러싼 게임의 틀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서니랜즈 회동을 계기로 북핵 문제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았다고 본다.

 회담이 끝난 뒤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에 대한 두 정상의 공감대는 미·중 협력 강화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미·중관계가 상생적 협력과 건설적 경쟁의 신형 대국관계로 갈 수 있을지를 판가름하는 열쇠 중 하나가 북한 문제라는 뜻이다. 그냥 듣고 넘길 얘기가 아니다. 북한이 과거의 북·중관계를 믿고 오판하다가는 정권의 운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다.

 이번 회동에서 확인된 미·중의 북핵 공조 의지가 어떤 형태로 구체화할지 관심거리다. 북한은 이미 핵 보유를 선언하고, 헌법에 명시까지 했다. 핵 군축 협상엔 응해도 비핵화 협상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핵 보유와 경제건설의 병진 전략도 선언했다. 이런 북한을 압박해 핵 포기를 위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이 1차적 관건이다.

 미국은 북한이 행동을 통해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이기 전에는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남북 대화 재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이런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따라서 진정성을 보이도록 북한을 압박하고 설득하는 역할을 중국이 해줘야 한다. 특사를 평양에 보내 서니랜즈 회동의 의미를 설명하고, 북한에 확실한 경고 메시지를 전할 필요가 있다. 협상장에 복귀한 북한을 상대로 핵을 포기할 수 있는 명분과 대가를 제공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미·중의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한·미 정상회담과 미·중 정상회담에 이어 27일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한·미·중 북핵 3각 공조가 본격 가동되고 있다. 북한은 이런 분위기와 흐름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핵 포기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 체제 유지를 위한 유일한 길이다. 꼼수로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특히 중국의 5세대 지도자인 시 주석의 북핵에 대한 입장은 과거 지도자들과 다르다는 점을 평양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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