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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교의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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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어느 직장의 입사시험에 UN CURK를 냈다니 그 해답이 구구하더라는「에피소드」가 있었다. 우선「응쿠르크」라는 발음은 접어두더라도,「가나」의 혁명대통령.「콩고」의 좌익집권자·미국의 흑인지도자등 …기답백출이었다. 67연도「아카데미」최우수 남우수상자에 이르러선 폭소 아닌 실소를 자아낸다.
「언커크」는 그 약자의 윗머리를 따서 직역하자면『한국통일 및 재건을 위한「유엔」위원단』이다. 속칭「언커크」또는「유엔위원단」으로 불린다. 1950년10월「유엔」총회에서 한국독립문제에 관한 결의로써 이 기관은 탄생하였다. 정치적으로는 자유대한에서의「유엔」정신을 상징하는, 서울의『정신적「유엔」』인 것이다.「유엔」정기총회 때마다 연례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 고작 그의 중요한 임무이지만, 그러나「유엔」의 결의를 상징하는 정신적 유대는 더없이 존엄하고 귀중한 것이다.
비록 지금은「할리우드」의 남우로 오해받을 만큼 그 존재가 얼떨떨해졌다 쳐도, 그것은 한국의 문제가「유엔」의 두통거리에서 잠시 벗어났다는 오히려 다행한 징조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서울에 주재하는 정신적「유엔」의 역할마저 필요 없게 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10월「유엔」총회를 맞아 그 대표단의 일원인「파키스탄」이 물러설 뜻을 비친 것은 그런 점에서 주목을 끈다.「유엔」의 권위를 내던지는 문제이기 때문이다.「파키스탄」은 남북의 분쟁에 개입할 입장이 아니라고 변명한다. 분쟁이 있을수록「언커크」의 존재의의는 높아지며, 그「멤버」인「파키스탄」의「유엔」에 대한 의무도 더해지는 것이다.「파기스탄」의「입장관』은 거꾸로 되어 있는 것을 알아야한다.
한편으로 국제외교의 미로에서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고 있는「파키스탄」의 뒷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중·인 분쟁의 틈바구니에서 중공에 마음을 내주면서도「센토」(중앙조약기구)「시토」(동남아시아 조약 기구)의「멤버쉽」은 그대로 지켜가는「카멜레온」식 외교가 바로 그「입장관」의 정체이다.
결국 한국외교의 부담만 늘어가고 있다. 중량으로서의 부담이 아니라「테크닉」의 부담. 오늘의 정세는 중량적 외교 아닌, 섬세와 기교의 외교가 필요한 시대인 것 갈다. 이것은 더우기 우리의 경우를 두고 하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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