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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 해수욕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최정희 황순원 조연현선생님 부부와 김수오씨 와 나. 우리 일행은 강릉「자혜병원」채원장님의 초청을 받고 KAL기편으로 서울을 떠났었다.
나는 작년에 경포대와 설악산을 답사한 적은 있었어도 낙산해수욕장은 이번이 초행이었다.
도진을 털고 집을 떠나 여행을 할 때마다 나는 가슴설레는 불면증과 타인들 속에 쉽게 적응할 수 없는 낮가림 잘하는 아이와 같이 울먹울먹한 여행병을 치르면서도 이번 여행은 즐겁고 잊지 못할 많은 아름다운 추억을 남겼다.
낙산사는 관동팔경의 하나이다.
까마득한 바다속 절벽위에 세워진 홍봉암에서 마루청 밑으로 남실거리는 파도의 이빨을 내려다본 사람이면 누구나『어머나!』하는 탄성과 함께 어지러움증을 안고 등골에 소름을 느낄 것이다.
신라 문무왕때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의상낭에 오르면 제아무리 기승스러운 더위도 주춤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시원하다. 아니 차라리 춥다. 그 추울이 만큼 시원한 의장대에서 동해의 푸르르고 가없는 바다를 조망하는 경승의 가엄함은 가히 관동팔경 중의 으뜸이라 아니할수없을 것 같다.
또 낙산사의 일출의 가경은 경주 석굴암에서의 그것과는 견줄바가 못될 이만큼 아름답고 신비하다.
아아, 집에 가지고 오고싶은 충동을 일게하던 비취빛도는 차고 맑은 물결과 8월의 태양과 원색의 세계.
가볍고 투명한 사탕솜과 같은 구름덩이가, 터질 듯 밝은표정을 한 젊고 싱싱한 벌거숭이육체들의 챙 넓은 밀짚모자 위에서 한유하던 낭만의 교향시가 있는 곳.
째앵! 내리쬐는 햇살 속에서 고무공처럼 퉁기듯 마악 바다에서 나와 「비키니」차림에 맨발로「배드민턴」을 치던 청소년들에게서 나는 풍문에들은 「유럽」의「히피족」이나「플라워·칠드런」들에 비교해서 썩 건강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한마디로 낙산해수욕강의 풍경은 현대의 감각적인 첨단과 원시적인 색채 속에 가장 인간적인 내음이 풍기는, 가식없는 생의 기쁨이 넘쳐나는 듯한 인상이었다. 순수한 반나채의 남녀노소의 얼굴과 육체들이 마냥「코피」색으로 익어가는-.
쏴-하고 포효하면서 달려오던 산더미 같은 파도를 「튜브」를 허리에 감고 타던 쾌감과 즐거움…. 쥐가 나는 체질이어서 영영 수영을 배우지 못할 것 같은 절망감이 드는데도 나는 완전히 낙산해수욕장에 반하고 말았다. 서해의 탁한 물이 아닌 동해의 하늘 속 같이 드맑은 물빛 때문일까? 미칠듯이 사랑하는 연인이나처럼 바다에 안기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되어버렸던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전복을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실컷 먹은 것과 「그로테스크」한 생김새보다는 맛이 좋던 멍게는 내가 처음먹어본 일미가 아닐 수 없었다.
흰거품을「재즈」의 「리듬」처럼 밀어치던 옥색파도자락과 태양의 계절을 만끽하는 젊음의 메아리가 소용돌이 치던곳-.
그 낙산해수욕장엔 오늘도 바다에의 꿈에 부푼 낭만의 연가가 뜨거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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