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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4%가 어디야 …‘찬밥’ 청약통장 다시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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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지난달 3년짜리 정기예금 만기가 돌아온 가정주부 황모(35)씨. 어떤 금융상품에 새로 가입할까 고민하다가 장롱 속에 보관해 두었던 주택청약종합저축 통장을 꺼내 들었다. 2010년 가입 이후 얼마 안 돼 불입을 중단했던 상품이다. 이 상품의 금리는 현재 연 4%다. 황씨는 “3~4년 전만 해도 정기예금 금리가 더 높았지만, 지금은 반대”라며 “일시납입 최대한도인 1500만원까지 돈을 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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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민영주택 청약 자격을 얻기 위한 수단 정도로 여겨졌던 주택청약종합저축(이하 종합저축)이 저금리 시대를 맞아 재테크 수단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가입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국토교통부는 금리를 내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3일 국토부와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종합저축 가입자수는 1247만8920명으로 4월 한 달에만 57만5493명이 새로 가입을 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매월 신규 가입자 수가 평균 4만5000명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불과 한 달 새 1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잔액기준으로는 한 달 새 21조1200억원에서 22조1900억원으로 1조원 이상이 불었다.

 이처럼 가입자가 급증한 것은 상대적으로 후한 이자 때문이다. 현재 종합저축의 최고 금리는 연 4%. 기간별로 ▶1년 미만은 연 2% ▶2년 미만은 연 3% ▶2년 이상은 연 4%의 이자를 준다. 연 2%대에 진입한 웬만한 은행권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1%포인트 이상 높다.

 사실 종합저축은 주택을 분양받아 ‘내집’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2009년 5개 은행(기업·농협·신한·우리·하나)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이 상품은 서민들이 가족 명의로 하나씩 가입할 정도로 인기를 끌다가 부동산 침체로 장롱 속에 처박히는 신세가 됐다. 그런데 최근 4%대 금리를 준다는 매력이 부각되면서 청약 목적이 아닌 투자 목적으로 상품에 가입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백원선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곳에 돈이 몰리고 있다”며 “정기예금보다 금리를 더 주고, 소득공제 혜택까지 주어지다 보니 영리한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국민은행이 주택기금사업에 새로 뛰어들며 종합저축을 유치하기 시작한 것도 한몫했다. 국민은행 유정윤 팀장은 “국민은행이 종합저축 유치에 가세하면서 청약저축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 것 같다”며 “정기예금 대용으로 1000만원 이상의 금액을 한꺼번에 넣는 고객도 있다”고 전했다.

 종합저축은 원래 월 5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는 ‘적금형’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예치식으로도 불입이 가능해 최초 가입자라면 최대 1500만원까지 한꺼번에 넣을 수 있다. 이후에는 추가로 50만원씩 24번(총 1200만원) 적립할 수 있다. 최대 2700만원까지 연 4%대 금리를 주는 통장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특별한 자격·연령 제한 없이 1인 1계좌로 개설이 가능하기 때문에 4인가족의 경우 최대 1억800만원을 가입할 수 있다.

 근로소득이 있는 무주택 가구주라면 연간 불입금액의 40%(48만원 한도)까지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다. 본래 목적인 ‘주택 청약’도 빼놓을 수 없다. 종합저축이 출시되기 전에는 국민주택을 청약하는 청약저축과 민영주택을 분양받는 청약예금·청약부금 등 세 종류의 청약통장이 있었다. 지금은 종합저축 하나로 모든 주택을 청약할 수 있다. 가입 후 2년이 지나고, 월 24회 이상 돈을 입금하면 주택청약 1순위 자격이 주어진다.

 하지만 가입기간 2년을 유지하지 못하면 금리는 2~3%대로 떨어지고 청약자격도 얻지 못한다. 은행 예적금은 가입 시점의 금리가 만기까지 확정되지만, 종합저축은 금리가 중간에 변동될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시중금리가 내릴 경우 은행 예적금은 신규 가입자만 영향을 받지만, 종합저축은 국토부가 금리를 내리면 기존 가입자까지 손에 쥐는 이자가 적어진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국토부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금리를 4.5%에서 4%로 낮춘 바 있다.

 가입자가 급증하면서 국토부는 최고 연 4%인 금리를 연 3%대로 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종합저축 금리가 국민주택기금 대출금리보다 높다 보니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이와 함께 금리를 시장 상황에 맞춰 수시로 조절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2년 만기 정기예금 가중평균 수신금리’에 연동해 수신금리를 정할 예정”이라며 “하반기에는 지금보다 낮은 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금리 혜택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용·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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