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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클래식 연주력은 세계 최고 … 콩쿠르 입상 후엔 뭘 하는지 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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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티에리 로로

올 한 해 열리는 크고 작은 피아노 국제 콩쿠르가 300여 회. 그 중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젊은 연주자들이 입상을 꿈꾸는 가장 권위 있는 무대다.

 이 무대에서 한국인은 늘 관심의 대상이다. 매년 다수의 결선 진출자가 나오고, 2008·2009년 작곡 부문에서, 2011년 성악 부문에서 1위를 수상하면서다.

 2일 자정(현지시간) 막을 내린 올해 대회에서도 63명이 참가한 첫 번째 라운드에서 17명의 한국인이, 24명이 진출한 준결선에선 6명의 한국인이 연주를 했다. 결선엔 한 명이 진출했다.

 벨기에 공영방송(RTBF)의 음악감독 티에리 로로는 이런 한국 클래식의 성공 비결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한국 클래식의 수수께끼(Le Mystere Musical Coreen)’를 감독한 이다. 그의 작품은 지난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기간에 방영돼 벨기에에서 화제가 됐고, 제천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한국에서도 상영됐다. 10년 넘게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실황 중계 및 영상기록을 담당해 온 그는 올해 콩쿠르에 대해 “결선에 좀 더 많은 한국인이 오를 줄 알았다”며 아쉬워했다.

 - 결선 진출자 63명 중 아시아인이 거의 절반이다. 클래식의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한 건 아닐까.

 “아시아의 많은 학생들이 유럽에 와서 음악을 공부한다. 연주의 테크닉 면에서 유럽의 연주자들과 차이가 없다. 특히 한국인의 경우 엄청난 연습량 덕에 테크닉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 유럽에선 아시아인들의 활동이 늘어나는 걸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 특히 올해는 중국이 눈에 띈다. 결선에도 오른 8명 중에 2명이 파이널에 진출했다.

 “20~30년 전 경제호황을 누리던 일본이 가장 먼저 주요 콩쿠르에서 입상자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한국을 거쳐 이젠 중국의 차례가 오고 있다. 랑랑이 대중적인 피아니스트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중국에서는 그를 롤모델 삼아 피아노를 배우는 예비 피아니스트가 400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 당신의 다큐가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한국 음악 교육의 경쟁, 부모의 열정 등을 긍정적으로만 봤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한국인들이 뛰어난 실력을 갖게 됐는지 답을 찾다보니 부각된 것이다. 한국 연주자들에게 아쉬운 점도 있다. 콩쿠르 입상 후 활동에 연속성이 없다는 것이다. 입상한 뒤 그냥 가 버린다. 여기 남으면 훨씬 좋은 경력을 쌓을 수 있을텐데 말이다.”

 - 다른 나라 연주자들은 다른가.

 “2010년 우승한 러시아 피아니스트는 지금도 벨기에에 살고 있다. 입상하면 좋은 매니저를 만나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다. 2011년 결선에 진출한 한국인이 5명이나 됐는데 다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것이 한국 클래식에 대한 나의 두 번째 미스터리다. 그 답을 두 번째 다큐멘터리에서 찾아볼 생각이다.”

 - 한국인은 콩쿠르 입상에 모든 걸 걸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콩쿠르는 자신을 알리고 심사위원 등 음악 관계자들을 만나는 기회 다. 지난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1위를 한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는 36번째 콩쿠르에서 비로소 우승했다. 한국인들만 콩쿠르에 열심히 참여하는 건 아니다.”

브뤼셀=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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