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붓기'가 안 빠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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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미국 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서 활약하는 투수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후 11경기 만에 점수를 한 점도 내주지 않고 9회까지 마무리하는 완봉승을 기록했다. 그는 이 경기로 큰 찬사를 받았다. 경기 중 강한 타구에 발을 맞았지만 끝까지 버텨내는 뚝심도 보여줬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의 발은 하루가 지난 뒤에도 ‘붓기’가 빠지지 않고 멍이 더 퍼진 상태이지만 뼈에는 이상이 없어서 다음 경기를 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하니 다행한 일이다.

 스포츠 기사나 건강 기사 등을 찾다 보면 류현진의 경우처럼 ‘붓기’란 말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쌍꺼풀 성형 수술 후 붓기가 안 빠져요” “우유는 짠 음식을 먹은 후 마시면 체내 염분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붓기를 빼는 식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성형 수술 후에는 붓기와 멍을 잘 다스려야 한다” 등이 그런 사례다.

 이때의 ‘붓기’는 부기(浮氣)라고 해야 적절한 표현이 된다. ‘붓기’와 ‘부기’는 차이가 있다. ‘부기’는 ‘부종으로 인해서 부어 있는 상태’를 뜻하는 말이고 ‘붓기’는 동사인 ‘붓다’에 접사인 ‘-기’를 붙여 명사 구실을 하게 한 것이다. ‘부기’는 상태를 나타내지만 ‘붓기’는 동작을 나타낸다. “밤에 라면 등 짠 음식을 먹고 자면 아침에 얼굴이 붓기 쉽다” “벌레에 물린 팔뚝이 붓기 시작했다”와 같은 경우는 부어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부어오르는 동작을 표현해야 하므로 ‘붓기’가 옳다. 반면 “발등의 부기가 빠졌다” “늙은 호박은 산후 부기를 가라앉히는 데 좋은 식재료다”에서는 부어오르는 동작이 아니라 부어있는 상태를 나타내야 하므로 ‘부기’를 써야 한다.

 ‘부기’처럼 기운 기(氣)가 들어가는 ‘장난기’ ‘감기기’ ‘바람기’ ‘소금기’도 “그는 장난끼가 너무 심해서 아이들이 피해 다닌다” “아침에 일어나니 으슬으슬 감기끼가 느껴졌다” “그의 바람끼 때문에 결국 가정이 풍비박산이 났다” “이곳은 바닷가라서 바람에 소금끼가 느껴진다”처럼 ‘끼’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하자.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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