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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우리은행, 성과급 715억 부당지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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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은행이 애초 목표했던 실적을 달성하지 못했음에도 부적절한 회계처리로 700억원이 넘는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임원을 관계사 대표로 임명하거나 계획에 없던 임원 자리를 만들어 측근을 선임해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은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우리금융지주 및 자회사 경영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인 우리은행은 2011년 경영성과 평가에 대손충당금(금융회사가 대출금을 떼일 경우에 대비해 미리 쌓아놓는 자금) 5040억원을 반영하지 않아 목표이익을 초과 달성한 것으로 산정했다. 그런 뒤 전 직원에게 초과성과급 715억원을 줬다. 3개 조선사에 빌려준 돈 5040억원을 떼일 수 있는데도 이를 무시한 채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얘기다.

 또 다른 자회사인 우리투자증권은 2006년 8월 조직성과급제를 도입하면서 성과급을 산정할 때 부서에서 흑자를 낸 팀은 이익에 합산하고, 적자를 낸 팀은 손실을 부당하게 0원으로 처리했다. 이 때문에 한 임원은 2007년부터 2년간 적정 성과급(45억5000만원)에 비해 18억원이나 많은 63억5000만원을 손에 넣게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금융권 핵심 인맥으로 꼽히던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우리증권(현 우리투자증권)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임원 선임 계획이 없었는데도 리서치센터 팀장을 맡았던 A씨를 우리PE의 임원을 거쳐 대표이사에 선임케 했다. 감사원은 “친분에 의해 ‘낙하산’으로 임원을 임명한 사례”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우리PE가 우리아메리카은행의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전 법인장 B씨를 4개월 만에 우리금융지주의 관계사인 금호종금 대표이사로 선임하도록 영향을 끼쳤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회장이 스스로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과 자회사인 우리은행의 비상임이사를 겸임한 것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이 회장은 지난달 14일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이 회장의 후임에는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내정됐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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