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검찰, '원전 마피아'의 뿌리 걷어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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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검찰이 원자력발전소(원전) 비리 수사단을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설치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부정과 비리가 원전의 안전성까지 뒤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당연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원전 관리 시스템을 정화(淨化)하는 일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어제 대검은 과거 원전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 7명과 수사관 12명으로 비리 수사단을 구성토록 했다. 특히 고발된 신고리 1~4호기와 신월성 1·2호기 부품 시험성적 위조뿐 아니라 부품 납품 비리, 인사 비리 등 의혹 전반을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수사 착수와 함께 원전 부품 납품업체와 성능 검증업체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한 모든 범죄를 수사 대상에 포함시킬 것”이란 검찰 설명도 수사에 임하는 의지가 예사롭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원전 비리가 불거진 게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지난해 7월 원전 운영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간부와 직원 22명을 납품 비리로 무더기로 구속한 바 있다. 부품업체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였다. 같은 해 11월에는 시험성적이 위조된 퓨즈와 스위치 등이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 영광 5·6호기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번에 성적 위조 사실이 드러난 제어케이블은 방사능 물질 차단에 쓰이는 핵심 부품이다. 이것이 잘못되면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중요한 부품을 갖고 장난을 쳐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전력 부족에 따른 더위와 불편은 견딜 수 있지만 사고의 공포를 등에 지고 살 수는 없다. 관건은 ‘원전 마피아’의 구조적 비리에 메스를 대는 것이다. 정부와 한수원이 지금까지 수차례 개선 대책을 발표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수원과 납품업체, 성능 검증업체 등의 공생·유착 관계를 깨지 못하는 한 비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검찰은 모든 의혹을 파헤쳐 국민 생명을 담보로 배를 채운 이들을 전원 법정에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