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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과 운동선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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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나라 체육계는 날로 풍성스럽게 발전하는 반면에 크게 개선되지 않으면 아니될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닌 듯 하다. 조직과 행정적인 면에서 또 경기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연구며 선수들의 정신면의 지도를 위한 문제등 국제 대회를 맞이할 때마다 체육계의 움직임에는 상당한 고민이 있음을 짐작케 한다. 적어도 나라의 명예를 걸머지고 세계무대에 나서야하는 대표적 청년의 양성이란 원래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꾸준한 연구검토>
그러나 문제는 어렵다, 크다, 복잡하다기보다도 하나둘씩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꾸준한 연구·검토를 거쳐서 문제가 해결되고 향상되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오늘의 운동경기가 고도로 발달된 전문적이며 과학적인 지식과 훈련이 필요함을 생각할수록 더욱 그렇다 할것이다.
마침 대한체육회장 민관식씨가 오는10월 「멕시코」에서 열릴 「올림픽」대회의 현지를 답사하고 돌아와서 몇가지 이야기를 던지고있다. 첫째 「올림픽」대회가 열리는 곳이 해발3천미터나 되는 고지대라는 점에서 선수들을 고지대의 희박한 기압에서 적응케 하여야 할 점과 이에 따른 식량문제가 나왔다. 민회장은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선수들을 위하여 미리 쌀의 상당한 양을 미국에서 「멕시코」로 사보냈다고도 전해온 바 있었는데 이번에 돌아와서는 고지대의 대기의 희박한 기압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쌀밥보다도 분식이 효과적이라는 설이 있다고 하면서 국내에서도 실험코자한다는 뜻을 말하고있다. 「멕시코」에서「올림픽」대회가 열린다고 작정된 것이 벌써 언제인데 지금 와서야 이런 정도의 이야기가 나와야 할까? 말하자면 우리 체육계의 문제는 이런것에서부터 비롯 한다고 할것이다.

<과학적인 영양식>
운동선수들의 식사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먹어야 힘을 낼 수 있다고 하면 어떤 음식을 어느 정도로 먹여야 힘을 잘 낼수 있겠느냐? 전문적인 훈련을 줄곧 계속하여야 하는 운동선수-그중에서도 상당한 시간을 두고 달음박질을 해야하는 운동선수들이 쌀밥에 김치·깍두기·고추장은 우리네의 습관된 식사를 하지 않으면 아니된다는 것은 상식 밖의 비과학적인 식사방법인 것이다.
고지대의 희박한 기압에 잘 적응하기 의하여 쌀밥보다 분식이 좋다는 점은 아직 알수 없는 이야기나 그 이전에 생각해야할 것은 소위 「스태미너」라는 끈기를 체내에 흠뻑 축적해 가면서 계속해서 활동력을 발휘하기 의해서는 단순히 배를 불리기 위한 식사가 아니고 언제나 배가 부르지도 않고 고프지도 앓으면서 끈기 있게 평균한 체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쌀밥에도 끈기야 없지 앓을 것이나 끈기보다도 배를 불리는 식사인 것이다. 그리고 영양도 분식만큼 잘 섭취되지도 않고 또 배가 부르면 잠이 오기 쉽고 활동이 둔해진다.
벌써 3, 4년전 어느 겨울에 대한 체육회의 산하 각단체의 지도자들이 모인 어떤「세미 나」 에서 한번 이야기 한적도 있었다. 한국산악회에서는 이미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식사방법을 버린지 오래다. 1962년 지리산에서 13일간 23명의 동기등반 훈련때의 식량표는 쌀밥 아닌 분식을 주로 3천5백내지 4천「칼로리」 의 보급으로 평균 30킬로그램의 짐을 지고 하루 20킬로 내외의 평지 아닌 눈속의 산길을 강행군하며 영하10∼18도의 추위속에 막영생활을 해온 실험의 성과는 대단히 좋았다.
등반일정을 끝내고 하산했을 때 여관방에서 하얀 쌀밥에 김치깍두기를 먹는 대원들은 쌀밥맛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까두기는 매워서 못먹겠다 야단이었다. 그밤에 대원들은 약간 배가 아팠었다고했다. 문제는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영양량의 식사를 규칙있게 먹되 비교적 완전히 섭취케 하고 그와 동시에 배설도 일정한시간에 극소량의 것이 될 수 있는 식사를 하여야한다.

<활동력 향상>
이러한 식사의 문제는 하필 운동선수에게만 한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쌀밥을 주식으로 하고 김치 깍두기 같은 것을 주로 부식으로 한다는 것을 동물에 비하면 소같은 초식동물에 비길수 있고 초식 아닌 육식을 주로 하는 것은 호랑이 같은 짐승에 비길수 있다.
소화도 잘 안되고 영양도 깨끗이 잘 섭취 못하는 초식동물들은 활동이 둔하다. 이제 우리도 운동선수뿐 아니고 온 국민이 쌀밥에 매여 샅때는 아닐 것 같다. 소·돼자·닭등의 뭍의 곳기뿐 아니고 바다생선에서 단백질 영양도 많이 섭취하면서 채식은 양념으로 먹도록 식사방법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방법으로는 역시 분식이 절대 필요할 것이다. 차라리 밥보다도 흰떡이나 찰떡이 더 끈기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옛날부터 일러 내려온 말이다.
이번「올림픽」 에 파견될 선수들에게는 현대화한 영양식을 제공케 되어야 하겠고, 그것이 곧 우리네 청소년들의 새로운 영양식과 활동력의 표준이 되게 하여야 할것이다.
그리고 고지대의 대기에 적응시키는 일은 서울에서도 우리공군의 힘을 빌어서도 될수 있을 것이다. 3천미터의 고지대이면 7백밀리바의 기압에 이겨낼 수 있는 「애클라머더레이션」으로 족할 것이고 그것이 약 2년의 효과를 가질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스포츠」과학에는 극히 초보적인 이야기가 아닌가한다. <홍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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