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대학총장회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8일부터 제2차 세계대학총장회의가 한국에서 열리게 되었다. 이번 회의의 의제는「동서문화의 융화점과 세계평화」,「저개발국에 있어서 대학교육이 국가발전에 미치는 영향」,그리고「대학생의 사회참여」문제등이라고 알려져있다. 그하나하나의 의제가 가진 엄청난 함축으로 미루어본다면 이런 의제는 세계대학총장회의의 지나친 의욕을 드러낸 것이라고도 보겠으며, 우리로서는 이들의 토론에서 어떤 결론을 얻기보다는 이와같은 공통과제에대한 앞으로의 연구촉진에 그 진의를 발견하여야할 것으로 본다.
세계대학총장회의는 65년 영국「옥스퍼드」대학에서「세계대학교육의 공통점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제1차 회의가 열렸던것인데, 이번 회의는 3년만에 두 번째로 그 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세계대학총장회의가 이처럼 한국에서 열리게된 것은 아마도 한국이 제안하여 성립된 희의이기때문일것이다.
세계대학의 협의체로는 이밖에 세계대학총장협의회가 있어 많은 국제대회를 개최해왔었다. 그러나 이 협의체에는 가입이 까다로와 후진국의 대학들의 가입신청이 많이 거부되었고 한국의대다수대학들도 그예외가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서울대만이 정식으로 가입이 허용된 것은 이러한 사정을 말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역사적전통면에 있어서나 학문적업적에 있어서 아직 세계적인정을 못받고있는 신생대학들이 별도로 그들끼리 연합협의체를 갖고자 노력한 보람이 바로 이번에 두 번째로 회의를 갖는 세계대학총장회의라 할수 있다.
그러나어쨌든34개국1백21개대학에서1백62명의 석학들이 참석하는 제2차세계대학총장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됨으로써 그동안의 한국의 발전상을 세계의 지성인에게 보여 줄 수 있게 된것은 좋은 일이라고 하지않을수 없다.
6·25전란의 폐허에서 되살아난 서울의 모습을 보이고 외모만이라도 각사립대학의 번창한 모습을 세계대학총장들에게 과시하는 것은 좋은 전시효과를 거둘것으로 생각되기때문이다.
세계대학총장회의의 개최에 즈음하여 정부에 요망하고 싶은 것은 왜 정부가 회의개최비용의 전액을 부담하고 정부가 알선하여 국내의 대학연합체로하여금 이회의를 주최케하지 못하였는가 하는점이다. 7백2만원의 국고보조와 2만5천불의「아시아」재단원조로써 이 회의가 개최된다고 하는만큼 이정도의 경비라면 정부도 이를 전담할수있었을것인데 한 사립대학이 이를 주최함으로써 오는 역효과를 생각해본적이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세계대학총장회의가 어떤 한 학교의 선전장이될 우려 또한 없지않다는점과 또 이로써 야기될 한국대학의 국제적위신 추락을 정부는 어떻게 모면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겉치레만번드르르한 접대와 선물속에서 세계의 석학들이 느낄 환감 또한 정부는 계산하여야 만할 것이다. 한국의 대학들도 교사와 학생만 있으면 대학교육이 가능하다는 그룻된 인식을 버리고 진정한 학문의 전당으로서의 대학이 되어야만 세계대학총장회의를 개최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만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