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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회질서 혼란 심각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최근 서방 문화.풍속의 급속한 유입으로 사회질서 붕괴현상에 직면해 있으며, 지난해 시장경제개혁 도입 이후 연간 6백%에 달하는 물가인상으로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일본의 산케이(産經)신문은 5일 '엘리트 계층에도 서방문화 침투, 북한 붕괴의 서곡'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외국 출장길에 북한인들이 가져온 미국 영화와 포르노 테이프.사진집.소설.성경 등이 공공연히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는 자체 입수했다는 '자본주의 사상문화적 침투를 짓부수기 위한 투쟁을 강도높이 전개하는데 대하여'라는 북한 노동당 내부자료를 소개하며 이같이 전했다.

자료는 "라디오와 TV가 있는 엘리트층에서 한국과 일본의 방송을 접하고 있다"면서 "일부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구역질 날 것 같은 남조선의 노래를 자랑삼아 부르고 다니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밖에 청소년들이 머리를 기르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여성들이 화장을 짙게 하고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으며, 이혼이 늘어나고 운세를 점치는 점보기가 성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케이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노동당이 '사회주의가 물을 머금은 흙담처럼 힘없이 붕괴하고 있다'고 자체 분석한데 주목해야 한다"면서 "서방문화의 침투를 막을 수 없는 북한 당국의 초조함이 잘 나타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LA 타임스는 4일 '인플레이션, 북한에 또다른 재앙'이라는 기사에서 "지난해 도입한 경제개혁은 쌀부터 구두에 이르기까지 북한 내 모든 제품으로 물가인상으로 이어져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경고했다.

신문은 경제전문가와 탈북자들의 말을 인용, "북한이 관련 통계를 극비에 부치고 있지만 지난해 인플레이션은 적어도 6백%에 달한다"고 밝혔다. 불확실한 경제상황은 수백만 북한 주민을 향후 수개월 내 기아의 위험에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LA 타임스는 또 "북한경제에 정통한 학자들은 지난해 7월 도입한 물가자유화가 각종 물자 부족사태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10월 북핵 사태가 국제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외부 세계의 에너지.식량 지원이 끊겨 상황이 악화됐다"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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