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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졸리 같은 예방적 유방 절제 사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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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성원 교수는 “한국 여성도 서양 여성 못지 않게 유방암을 유발하는 BRCA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여배우 앤젤리나 졸리(38)가 유방암 발병 확률을 낮추기 위해 유방 절제술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국내에선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성급한 결정을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론이 있는가 하면 “용기있는 행동”이라 격려하는 여론도 있었다.

 졸리는 유방암을 유발하는 BRCA 유전자를 갖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 유전자와 관련한 유전성 유방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유방암학회가 주도하는 연구의 총괄 책임자인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김성원(44) 교수는 “졸리가 가졌던 불안감과 이런 결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졸리처럼 암 예방을 위해 유방을 희생시킨 여성이 국내에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09년 당시 35세이던 대졸 미혼 여성 A씨는 유방 절제수술을 받았다. A씨는 둘째 언니가 30대 때 유방암으로 숨졌고, 셋째 언니는 난소암, 어머니는 폐암 진단을 받았다. 큰이모는 대장암 환자였다. 여자 형제 7명 중 5명에서 유방암 유전자인 BRCA의 변이가 관찰됐다. A씨도 유방암 발생 위험이 크다고 판단돼 국내 처음으로 양쪽 유방 절제술을 받았다.

 김 교수는 “유방암 유전자 변이를 가진 여성들의 불안과 공포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유방암 진단을 받은 뒤 ‘평생 괴롭히던 불안·걱정·공포에 더 이상 떨지 않게 됐다’며 오히려 기뻐하는 여성도 있었다”고 전했다. BRCA 유전자를 가진 여성에게 김 교수는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가 자주 검사하는 것이고, 둘째는 타목시펜(유방암 예방약) 복용이다. 셋째는 졸리와 같은 유방·난소 제거 수술을 받는 것이다.

 김 교수는 “BRCA 유전자는 유방암뿐 아니라 난소암 발생 위험도 높인다”며 “졸리가 난소 제거까지 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의 어머니가 난소암으로 숨졌고 난소를 제거하면 유방암 발생 위험이 반으로 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미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여성의 5% 정도(분당서울대병원 기준)는 난소 제거를 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2007년 5월부터 6년째 유전성 유방암 연구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여성도 서양 여성 못지 않게 BRCA 유전자 변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김 교수는 “한국 여성의 유전성 유방암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이번 연구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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