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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뚜렷한 대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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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월남전의 운명을 결정지을 미·월맹예비회담이 4, 5일 앞으로 다가왔다. 백악관 보좌관 「리처드·무즈」씨와 미국무수공보담당 부차관보「존·오브라이언」씨를 포함하는 미국대표단 선발대가 「파리」에 도착했으며 주 「프랑스」월맹 총 대표 「마이·반·보」가 「프랑스」외무부를 뻔질나게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예비회담의 준비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 같다. 본 회의를 준비하는데 불과한 예비회담의 장소 선정이라는 절차상의 문제 하나를 해결하는데 한 달이라는 귀중한 시일을 양측이 소비해야만 했다는 사실은 예비회담의 경과가 결코 순조롭지 못 할 것이라는 암시이기도하다.
예비회담에 합의를 본 지 이틀만인 5일 새벽 「베트콩」과 월맹군이 이른바 전면적인 제 2차 공세를 감행한 것은 「파리」예비회담을 앞두고 공산 측 특히 「베트콩」의 실력을 과시하려는데 그 저의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월맹 성의 보이면 폭격 중지 가능성>
미국은 신임 「유엔」미국 대사가 「조지·불」씨의 입을 빌어 공산 측의 이러한 무력공세가 『평화회담에서의 그들의 입장을 유리하게 한다고 믿는다면』크나큰 오산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월맹의 잔재주에 호락호락 말려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월맹은 54년 「제네바」회의 때도「디엔비엔푸」합작이라는 군사적 승리를 외교 압력으로 100%이용한바 있다. 이번 예비회담에서 월맹은 북폭과 월맹에 대한 전쟁행위의 완전중지를 제일 먼저 들고나올 것이다.
「린든·B·존슨」미국 대통령이 앞서 예비회담을 제의하였을 때 북폭의 범위를 북위19도 선이 남으로 자진제한 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월맹 측의 성의 여하에 따라서는 자발적인 전면북폭 중지가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

<보전핵과 노리고 배상요구 할지도>
그러나 국무성 관리들이 시인하고 있다 시피 미국의 재한 북폭 실시이래 공산 측의 병력 및 군수물자의 남파가 최고 수준에 달한 엄연한 현실에 눈감을 리 없는 미국인지라 미국이 입버릇처럼 주장하는 상응하는 축전조치를 「하노이」가 취하지 않는다면 완전북폭 중지에 합의를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월맹이 두 번째로 내세울 것으로 보이는 월남민족해방 전선의 승인의 문제는 예비회담의 순조로운 진행을 가로막는 가장 까다로운 의제의 하나가 될 것 같다. 이 문제는 예비회담의 의제로 서로 다루어질 수 있으나 그 보다 본 회담의 해제로 처리하는 것이 더 적절한 정치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미·월맹간의 견해가 극한으로 맞설 때는 본 회담으로 이월 한다는 식의 타협안이 나올 것 같다.
공산 측은 월남민족해방전선을 예비회담에 「업저버」로 참가시키자고 주장할 것이나 미국대표 또한 월남참전국을 「업저버」로 참가케 하자는 대안으로 맞설 것이므로 이 문제는 그리 큰 문제는 안 될 것이다.
월맹은 세 번째로 65년 이후 미국의 북폭으로 입은 손해를 배상토록 요구할지 모른다는 얘기가 있으나 실사 월맹대표가 이를 제기한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선전 효과를 거두자는 데 그 목적을 둘 것 같다.

<지루한 전도예상 전군부 계속 강경>
예비회담의 월맹대표로 임명된 「수안·투이」월맹의 강경파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점 뿐 아니라 예비회담이 만일 실패로 끝난다 하더라도 밑질 것이 없다는 월맹의 약삭빠른 계산으로 미루어 월맹의 태도가 예상외로 부드러워질 가능성은 없다.
월맹이 회담에 손을 대면서도 남부침무의 규모를 줄이지 않는다면 미국은 전면 배폭을 해야한다는 군부의 강경한 주장도 있는 터라 미국대표의 태도가 아무리 신축성을 지닌다 하더라도 일정한 한계를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예비회담의 전도는 매우 험악할 것 같다.
예비회담의 순조로운 진행에 「브레이크」작용을 하는 요인으로는 직접군대는 파견하고 있지는 않으나 월맹의 호지명 정권에 무시 못 할 압력을 가하고 있는 중공의 호전적 태도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월남 평화회담을 갖기로 한 미국의 태도를 추문이라고 신랄히 비난하고 있는 중공의 태도가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한편 월남과 「아시아」의 평화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월남참전국(미국을제외한)들도 미국이 월남평화가 공산 측으로 유리하게 기울어지는 방향으로 만의 일이라도 움직인다면 미국의 독주에는 우정이 있는 충고와 세득을 아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예비회담 진행에 있어 연합참전국들의 의사는 무언의 압력구실을 할 것이다.
예비회담이 본 회담으로 옮겨지는데는 숱한 우여곡절이 예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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