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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회장 2세 상속 위해 비자금 조성했는지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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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CJ그룹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과거 어느 대기업 수사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빠른 속도다. 검찰은 CJ그룹 이재현(53) 회장이 미술품 구입과 해외 비자금의 국내 반입 등을 통해 2세 상속에 대비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또 오너 일가의 개인 재산 은닉 과정에 CJ 임원진 등이 조직적으로 동원됐는지 여부도 수사 초점이다. 검찰과 재계 인사들은 “당초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조세포탈 혐의는 수사의 단서일 뿐 오너 일가의 수천억원대 비자금 의혹을 직접 파헤치는 수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CJ경영연구소. 그룹 전반의 경영 현황과 시장 환경, 미래 변화 등을 연구하는 ‘싱크탱크’로 알려져 있다. [김성룡 기자]▷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검찰이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혐의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차명계좌를 통해 주식을 거래해 얻은 시세차익에 대한 탈세 의혹이다. CJ그룹은 해외법인과 지분·투자관계에 있는 제3의 법인을 통해 자사주를 매입한 뒤 매각해 7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얻은 사실이 본지 보도(5월 22일자 3면)를 통해 드러났다.

 둘째는 선대(先代)로부터 받은 차명재산을 조세피난처와 해외법인 등을 통해 위장 거래하는 수법으로 국내에 반입, 조세를 포탈한 의혹이다. 셋째는 이 회장과 CJ그룹이 고가의 미술품이나 악기 거래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뒤 2세 상속에 대비했다는 의혹이다. 이 과정에서 회사 자금을 유용했을 경우 배임·횡령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의 부친 이맹희씨가 삼성을 상대로 상속재산을 돌려 달라고 소송을 내면서 납부한 128억원의 인지대를 CJ가 낸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CJ그룹은 이 회장의 경영권이 탄탄하다”며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SK·한화그룹 등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오너 일가의 비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의미다.

 ◆CJ, 버진아일랜드에 2개 법인 보유

검찰은 CJ그룹이 조세피난처를 통한 ‘역외탈세’ 수법을 사용해 해외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조세피난처에 만든 페이퍼컴퍼니와 거래를 한 것처럼 장부를 꾸민 뒤 차액을 비자금으로 조성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만든 비자금을 다시 투자해 이익을 얻으면 수익자는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출처가 불분명한 돈을 손에 쥘 수 있다. 검찰은 이미 CJ 측이 수백억원대의 해외 비자금을 주고받은 경로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140여 개에 달하는 해외법인 중 일부를 동원해서다. CJ는 대표적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워터파이프라인웍스’ ‘엔보이미디어파트너스’ 등 2개의 법인을 보유 중이다. 이에 대해 CJ 측은 “워터파이프라인웍스는 지난해 인수한 대한통운의 리비아 대수로공사 시행법인으로 리비아 내전 때문에 청산하지 못한 상태이며 엔보이미디어파트너스 역시 베트남 멀티플렉스극장 사업을 위해 인수한 금융지주회사로 비자금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싱가포르·홍콩 등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들의 현지법인에 주목하고 있다. CJ그룹은 홍콩에 모두 8개의 현지법인을 운영 중이다. 싱가포르에도 물류·무역업 등의 목적으로 세운 4개의 현지법인이 있다. 검찰은 CJ그룹이 2007년 이후 홍콩과 싱가포르 법인 등을 통해 비자금을 국내로 반입했고, 최근 수년 동안에는 버진아일랜드의 2개 법인을 통해 자금을 세탁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글=이가영·이동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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