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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어린이 생활과 꿈|부모 무관심에 불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5일은 제46회 어린이날-. 구김살 없이 즐거움 속에 자라야할 어린이들이 꿈을 잃고 점점 거칠어진다. 옛날에는 유교적인 관념에서 형식적인 절차에 매었고 요즈음은 자유스러운 생활환경이지만 치열한 경쟁의식 속에 동심은 어둡기만 하다. 도시아이들은 과외수업에 시달려 감정이 메말라지고 감동에 둔하며 신비로운 경험이 없어지며 또 그들은 어른의 세계를 많이 알고있기도 하다. 그러면 지방아이들은 어떤 생활과 꿈을 갖고 있을까? 꽃철 따라 서울로 수학여행 온 어린이들-이재관(13) 최은자(13)(파주군 청석국민교6년) 조근호(13) 박종구(13)(천안남산국민교6년) 김영국(13) 김명자(13)(고양군 송포국민교6년)양 등에게 얘기를 들어본다.
부모의 평균연령은 40대, 젊은 부모를 가진 아이가 별로 없다는 인솔교사의 얘기. 대체로 농사를 짓고 서울서 가까운 곳이지만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아 20%정도는 서울여행을 못 봤다고 한다.
짧은 기간동안 많이 봐야하기 때문에 모두들 발이 아프고 피로한 기색이다.
그들은 대부분 서울서 살았으면 하는 희망. 그러나 박종구양은 교통이 복잡하고 사람이 많아 서울이 싫다한다. 이다음 어른이 되면 와서 살겠다고. -감명 깊게 읽은 책은-「이순신장군 전기」「삼총사」「소공녀」「톰소여의 모험」등.
그러나 한국아동문학가 마해송씨가 누군지는 역시 모르고 있다. 대체로 마을문고나 학급도서를 이용한다. 도서보급은 체계 있게 실시돼야할 문제이다.
-존경하는 사람은-선생님이 압도적이고 대통령 세종대왕을 말한다.
-희망은-아버지가 법원에 다닌다는 조근호군은 법관이 되고 싶다고.
그 외 「대통령이 되고싶다」「정치가가 되고 싶다」「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대답.
직업자체의 호기심이나 탐구력은 희박하고 「힘」을 가지는 지배층을 동경하고 사회계급의식이 민감하다.
또 서울아이들이 「나」를 주장하는 자기중심적인데 반해 이들은 「우리학교가 또는 우리 마을 등」집단주의를 내세운다.
-가장 갖고 싶은 것은-학교까지 10리(40분간)를 걷는다는 김명자양은 「자동차」를 가졌으면 한다. 하루 네 번 다니는 「버스는 시간이 맞지 않아 전교생이 걸어 다니는 것이다.
어린이날은 어른들이 떠들 뿐이지 이들은 별관심이 없다.
임진강과 한강교차지점서 불과 4킬로 떨어진 청석국민교의 이재관군은 『어른들이 좀더 우리에게 관심을 갖기를』바란다. 어떤 불만이나 불평은 좀체 얘기하기를 꺼린다.
그들이 도시 아이들에 비해 순박하지만 주위환경 부모의 교육방법이 그들을 짜증스럽고 단조롭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 마음속은 무한한 동경 속에 살고 꿈을 꾸며 즐거워한다.
도시에는 교육열이 지나친 어머니로 인해 아이들이 꿈을 잃지만 시골은 오히려 무관심한 부모에 의해 그들은 소외감을 느끼는 반면 그들대로의 순수한 꿈이 익어 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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