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상인' 이 몰려온다] 1. 인터넷 가게 연 55세 울릉도 오징어 중매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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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도에서 인터넷으로 오징어 주문을 받아 전국에 팔고 있는 정영수 남양물산 대표가 자신의 인터넷 몰 홈페이지를 열어둔 채 오징어를 들고 있다. 울릉도=임현동 기자

중앙일보는 '성공! e상인 인터넷 창업교육'을 실시하며 창업의 신천지인 인터넷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은 사람들을 소개하는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뒷산에서 독도가 바라다 보이는 울릉도 남단 남양동. 3월 말에도 산엔 잔설이 남아 있고 야트막한 슬라브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좁다란 골목길에 자리잡은 오징어 판매업체 남양물산 사무실. 흐릿한 조명 속에서 직원 3명이 말린 오징어를 택배 상자에 담고 있다. 컴퓨터 앞에 앉은 정영수(55)사장은 자신의 인터넷 가게 (www.ulleungdomall.com)로 들어온 주문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다. 이 인터넷 몰과 그가 입점한 우체국 쇼핑 사이트에는 이날 하루에만도 수십 건의 주문이 올라와 있다. 한가로워 보이는 섬마을 사무실의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그의 인터넷 가게엔 손님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정 사장은 울릉도와 독도 사이의 바다에서 잡아 올린 오징어를 말려 7년째 인터넷을 통해 전국에 팔고 있다.

울릉도 토박이인 그는 "인터넷 가게도 신뢰를 얻으면 단골손님을 많이 만들 수 있다"며 "인터넷 판매도 오래되니까 입소문에 힘입어 주문이 꾸준하게 들어온다"고 말했다.

울릉수협 3번 중매인으로 오징어 도매를 하던 정 사장이 인터넷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99년 6월. 신문 기사로 인터넷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대구 영남대에 '여름방학 동안 울릉도에서 피서를 하면서 인터넷 기술을 가르쳐 줄 학생 구함'이라는 구인 광고를 냈다. 정씨는 그해 여름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대학생 2명을 먹이고 재우면서 과외를 받은 끝에 간신히 회사 홈페이지 '독도닷컴'을 만들었다.

정 사장은 2001년 인터넷 쇼핑몰을 제작하는 솔루션을 이용해 혼자 힘으로 현재의 인터넷 가게를 만들었다. 옥션을 통해 일주일 만에 마른 오징어 800축(1600마리)을 팔았다. 이후 옥션뿐 아니라 10여 개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오징어.미역.더덕.산나물.호박엿을 팔고 있다. 울릉도에서 뭍까지의 배송비가 비싸 전국 어디로 보내든 동일한 요금을 받는 우체국 택배를 이용하고 있다. 1년에 대여섯 번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지의 재미동포에게도 배송하고 있다.

정 사장은 "인터넷 판매가 물량은 적지만, 고객들이 어떤 품목.용량.스타일의 제품을 좋아하는지 알게 돼 사업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의 취향을 즉각 제품에 반영하면서 온-오프 라인 판로를 계속 넓혀 가고 있다.

한편 울릉도에서도 가장 오지인 해발 600m의 나리분지에 사는 김현옥(45.여)씨는 최근 옥션(www.auction.co.kr)을 통해 남편이 채취해 온 고로쇠 약수 15상자를 팔아 4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16가구가 살고 있는 나리분지에 3년 전 공군 부대가 들어오면서 인터넷 통신선도 함께 들어왔다. 인터넷을 통해 공산품을 구입하는 게 포항 등 육지에 나가서 사는 것보다 싸다. 그래서 김씨는 옥션에서 디지털 카메라, 자녀 의류 등을 구입하다 이제 고로쇠 약수를 파는 상인으로 변신했다. 남편과 함께 한약재인 천궁과 더덕, 산나물 농사를 짓고 있는 김씨는 이들 농산물을 인터넷에서도 판매할 계획이다.

울릉도=이영렬 기자 <younglee@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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