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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예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자네 그동안 통 불수가 없더니만 뭐 좋은 수가 있었나부지? 그런데 술한잔쯤은 사야하는거지 친구좋다는게 다 뭔가?
좋은 수가 있었다면야 이런 대폿집에서 자넬 만나겠나? 돈은 없구, 답답은 하구…그런건 자네나 마찬가지겠지.
소문엔 자네도 땅장사루 톡톡히 재미를 봤다던데? 손벌리진 않을 테니 염려말게.
땅장사두 개값을으로 사들인 다음에 도로며 다리를 만들만큼 세도가 있어야하는 거지, 공연히 나라들이 잔뜩 값을 불려놓은 다음에 미련한 곰모양 사들여서 전쟁이다, 세금이다로 이젠 팔리지도않아 쩔쩔매고있는 판에 무슨 재미가….
그래두 자넨 땅 살 돈이라도있구 안팔려도 땅은 재산이 아닌가? 알짜 무일푼으루 무슨 수라도 없나하고 뛰어다니는 내게 비기면 배부른 소리지.
아따 이 딱한 친구야, 요샌빈손으로 벌려구해야 벌리는게 돈인데, 그러니까 자넨 언제나 빈털터리란 말이야.
술두 그렇지.
아, 고급요정에서 마시는 축 중에 제 돈 내고 마시는거 어디있다던가?
그러구 말일세, 자네 이런 얘기 들어본 적이 있나? 어느 낙도에선 말일세.
국민학교 다니는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길로 아버지는 책에서 그날 배운데를 찢어 담배를 말아피운다네.
그런데 비기면 자네나 나나 팔자 좋은편이지 뭘 그러나.
그래두 우리 마누라는 뭐라 그러는 줄 아나?
자식이 원수지, 그것들만 없어두 그저 깨끗하게….
그야 내가 할소리지, 정말 그것들만 없다면 그날루 이 지겨운생활을 끝장내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두 열두번이구 난다네.
그렇다면 자네 자식들이 자네생명의 은인이 되는 셈이군 그레.
오히려 자넨 아침 저녁으루 자식들에게 절해야할 판일세.
그렇게 농으루만 들을게 아냐.
오죽하면 이런 소릴 다 하겠나?
그래두 참고 살아나가야지.
살다보면 또 무슨수가 생길지누가 아나?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있다구, 설마 자네처럼 좀 미련한 편이긴 하지만 착한 놈을누가 죽이기야 하겠나?
또 이번 추가예산이 316억이라는데 그중엔 자네 호주머니에 들어갈것도 있다고 생각하면 좀 흐뭇한 느낌이 들게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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