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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민영화 누가 잘할까 … 새 회장 내일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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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박근혜정부의 금융권 지형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 구체화하고 있다.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를 강력하게 추진함에 따라 이르면 하반기 우리금융이 시장에 매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국내에선 KB금융지주가 우리금융 인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으로 금융권에선 보고 있다. 2012년 말 기준으로 금융지주사들의 총자산은 우리(325조원)·신한(300조원)·하나(283조원)·KB(282조원) 순이다. KB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면 총자산이 600조원이 넘는 초대형 금융지주회사가 돼 단박에 세계 50위권에 진입하게 된다. 국가대표 금융지주회사가 탄생하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 인수 대상에 해외 자본을 포함시키지 않고 국내에서만 찾는다면 우리금융을 가져갈 여력이 있는 곳은 몇 곳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 지형 변화의 기폭제는 KB금융과 우리금융의 회장 인선이다. 23일 발표될 우리금융 회장에는 민영화 의지와 계획이 최우선으로 고려됐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최종 후보로 전·현직 행장인 이종휘 신용회복위원장과 이순우 우리은행장을 압축한 것은 순조로운 민영화를 위해 조직 내부를 잘 알고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은 우리금융 인수합병(M&A)이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있다. KB금융은 국민은행이 주택은행과의 합병을 성사시켰던 2000년대 초만 해도 국내 금융권 최강자였다. 하지만 조흥은행·외환은행 인수전에서 밀리고, 증권·보험 등 비은행 부문을 제대로 키우지 못하면서 자산규모 4등으로 내려앉았다.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은 이와 관련해 “우리금융 인수는 모두가 기대하는 사안 아니냐. 후보자들이 누구나 다 인수에 대해 적극적인 구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익명을 요구한 회장추천위원회 관계자도 “차기 회장은 ▶대외협상능력 ▶국제금융 이해력 ▶조직통솔능력 ▶전문성 ▶도덕성 등 5개 기준을 평가해 뽑기로 했다”며 “이 중 대외협상능력은 우리금융 M&A를 위한 정부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KB금융은 우리금융 M&A를 성공적으로 일궈낼 사령탑을 찾고 있는 셈이다.

 KB금융 회추위는 현재 50여 명의 후보를 확보한 상태다. 24일께 회의를 열어 이 가운데 10명가량을 추려낸 뒤 평판조회 등을 통해 3~5명의 면접 후보군을 선정할 예정이다.

 최종면접 대상으로는 전광우(64)·진동수(64) 전 금융위원장, 김종창(65) 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한 전직 금융감독 수장들과 황영기(61) 전 KB금융 회장, 이동걸(65)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임영록(58) KB금융 사장, 민병덕(59) 국민은행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회추위 관계자는 “전직 금융감독 수장 세 명의 경우 실제로 회장직에 도전할지는 정부의 의중이 변수”라고 말했다. 이 밖에 김병진(66) 전 KB신용정보 대표와 남경우(62) 전 KB선물 사장도 후보군에 언급된다.

 관건은 정부가 ‘보이지 않는 손’을 행사하느냐 여부다. KB금융은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인 우리금융과는 사정이 다르다. 국민연금이 대주주이긴 하지만, 정부 보유 지분은 없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에는 대통령 측근 배제, 민영화 적임자를 제시했지만 KB금융은 민간회사인 만큼 정부가 따로 지침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회추위의 결정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상렬·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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