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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개발원조 공사 선점… 한·중 기업 진입 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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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원조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된 한국이 일본처럼 공적개발원조(ODA)를 앞세워 메콩 시장을 공략하자 일본은 빗장을 걸어 잠그는 중이다. 일본 ODA 자금을 넣는 사업에 기술장벽 등을 설치해 한국·중국 기업의 진입을 막는 일이 늘고 있다. 베트남 빈즈엉성에서 하수처리장을 짓고 있는 코오롱건설 김기영 부소장은 “자이카가 2억 달러를 낸 공사인데, 우리가 800만 달러어치를 수주했다”며 “얼마 전 하노이 하수처리장도 수주하자 자이카 쪽에서 ‘또 코오롱이냐’는 소리가 나왔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측이 덤핑 수주하는 한국 건설사에 물량을 주지 말자고 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했다.

엔지니어링 회사 건화의 곽병우 부사장은 “일본 설계, 원자재를 쓰라고 못 박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아예 JIS(한국의 KS 같은 일본표준) 인증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핵심적인 공사, 고부가가치사업은 일본 기업이 맡는다. 공항·하수처리장같이 생색내고 돈도 되는 것들이다. 다산컨설팅의 이용진 전무는 “베트남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일본의 봉쇄전략을 뚫는 식의 공략법이 필요하다”며 “베트남 정부가 한국 기업을 더 선호하는 점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메콩 진출전략은 ‘금융 앞세우기’였다. 세계 2위인 ODA 자금이 선두에 섰다. 일본 정부가 해당국 인프라 확충공사에 ODA 자금을 지원하면 이를 일본 기업이 수주하는 식이다. 지난해 일본의 ODA는 185억5100만 달러. 우리나라(15억5000만 달러)의 10배가 넘는다. 수출입은행 홍성훈 팀장은 “일본은 수십 년 된 ODA와 무역금융, 민관 합동으로 거액의 자금을 지원하면서 동남아에서 입지를 넓혀 나갔다”고 말했다. 이미 일본은 투자 과실을 거두는 단계다. 일본계 은행들의 동남아 무역금융 시장 점유율은 2011년 13%에서 지난해 53%로 크게 올랐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동남아 무역금융 이익(222억 달러·약 25조원)의 절반을 일본계 은행이 차지했다.

 허병희 KOTRA 베트남관장은 “ODA론 한계가 있다. 한국도 민간 금융회사가 나서야 한다”며 “ODA와 개발금융, 두 개의 창을 통해 한국 기업의 진출을 지원하는 전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TV에서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지 않는 시간이 없을 정도”라며 “한류의 좋은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적개발원조(ODA)=선진국 정부 혹은 공공기관이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 발전을 위해 해당국이나 국제기구에 제공하는 자금. 형태에 따라 차관·무상원조(Grant)·기술원조 등으로 나뉜다. 내정불간섭·평등 등 유엔 헌장의 원칙과 상대국의 요청, 공여국과 수여국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에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1987년 설립된 정부의 대(對)개발도상국 개발원조자금. 이자와 원금을 돌려받는 유상원조다. 보통 연 1~5% 저금리에 상환 기간도 25~30년으로 길다. 우리 제품과 서비스 구입을 조건으로 하는 ‘타이드론(Tied loan)’ 형태로 운용한다. 기금 관리 주체는 기획재정부가 맡고, 기금 지원업무 등 실무는 한국수출입은행이 담당한다.

◆특별취재팀 이정재(베트남, 캄보디아)·한우덕(미얀마, 중국 윈난성), 채승기(라오스, 태국)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심상형·박경덕·사동철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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