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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300억 달러 벌고 세금 0 … '편법 절세'에 화난 미 의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애플은 미국에서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기업이면서 세금을 가장 많이 빼먹는 기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지적이다. 상원 상설조사위원회가 20일(현지시간) 발표한 애플 조사보고서에 민주당은 물론 친기업 성향의 공화당도 발끈했다. 사사건건 으르렁대던 여야가 모처럼 한목소리로 애플 때리기에 나섰다. 상원 조사위원회가 지난 8개월 동안 조사한 애플의 편법 절세 수법은 교묘하고 복잡하다 못해 기상천외하기까지 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서던캘리포니아대 에드워드 클라인버드 교수는 “애플의 행위는 세무전문가 용어로 ‘상상을 초월한 철면피’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예컨대 애플의 아시아·유럽·인도·중동·아프리카 사업을 총괄하는 ‘애플 오퍼레이션스 인터내셔널(AOI)’은 조세피난처인 아일랜드 코크에 법인을 등록했다. 그러면서 경영은 미 캘리포니아 애플 본사가 맡았다. 그런데 미국은 법인 등록지를 기준으로, 아일랜드는 실제 경영을 맡고 있는 국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이러다 보니 AOI는 미국에도, 아일랜드에도 세금 신고를 할 필요가 없게 됐다. ‘세금 사각지대’를 절묘하게 활용한 셈이다. 2009~2012년 AOI는 300억 달러에 달하는 수익에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현재 해외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자회사에 애플이 쌓아놓은 현금은 1000억 달러가 넘는다. 이를 모두 미 국내로 들여왔다면 미국 정부에 350억 달러 이상 세금 수입을 안겨줬을 규모다. 편법 절세는 애플만이 아니다. 구글·스타벅스·아마존 등 대표적인 미국 기업이 앞다퉈 해외 조세피난처에 ‘서류상 회사’를 세워놓고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빼돌렸다. 상원은 21일 애플의 편법 절세 수법을 질타하는 청문회까지 열었다.

 그러나 애플도 반격에 나섰다. 의회와는 담을 쌓았던 고 스티브 잡스 전 CEO와 달리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상원의 요구에 자발적으로 증인석에 섰다. 쿡은 “애플은 지난해 미국 기업으론 가장 많은 60억 달러 세금을 냈다”며 “산업화 시대의 낡은 잣대로 디지털시대 기업을 재단하지 말라”고 맞받아쳤다. 글로벌기업인 애플은 전체 수익 중 해외 비중이 61%에 달한다. 그런데 해외에서 번 돈을 미국 국내로 송금하면 35%라는 세금 폭탄을 때리니 어느 기업이 미국으로 돈을 송금하겠느냐는 것이다. 쿡은 “ 미국 법인세 제도를 전면 개혁하라”고 오히려 의회를 압박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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