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비판할 땐 언제고… 친박 일색인 새누리당 지도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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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근래 출범한 새누리당의 황우여 대표 2기 체제는 한눈에 봐도 박근혜계 색채가 짙어졌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지난 대선 기간 중 매일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알려졌을 정도로 박근혜계의 핵심 중 핵심이다. 유일호 대변인은 당선인 비서실장이었고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도 박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지난주엔 박근혜계 ‘키맨’인 최경환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최고위원 7명 중 6명이 박근혜계다. 사실상 박근혜계 일색인 셈이다. 설령 장차 중·하위 당직에 비박근혜계 한두 명이 기용될지언정 말이다.

 과거에도 정권 초기에 대통령을 배출한 계파가 당권을 잡긴 했다. 청와대와의 교감 속에 강력한 국정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명분에서다. 그러나 어느 일방의 독주는 종국엔 부메랑이 되곤 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5년 전 이명박계의 실패가 반면교사다.

 당시 당내 비주류로 이명박계의 행태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했던 박근혜계가 5년 뒤 동일한 이유를 내걸며 동일한 선택을 하다니 안타깝다. 더욱이 박근혜계는 민심보다는 박 대통령의 의중을 살피는 데 주력하는 집단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골수’ 박근혜계로 구성된 당 지도부가 민심을 청와대에 전달하는 통로란 본연의 역할을 망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대신 박 대통령의 뜻을 집행하려는 ‘집단사고’에 빠질 수 있다. 더 심한 청와대의 거수기나 대통령의 예스맨이 될 수 있다는 거다. 박 대통령의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리더십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전조(前兆)도 좋지 않다. 홍 총장은 지금 세계태권도연맹총재 후보다. 7월 멕시코에서 선거가 예정됐다. 홍 총장이 과연 거대 여당의 살림살이에 몰두할 수 있겠는가. 만일 홍 총장이 홍 총재가 된다면 어떻게 할 건가. 50일짜리 단명 총장이 되거나 1년의 절반을 외국에서 보내는 ‘겸업’ 총장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조정 없이 사무총장으로 발탁됐는데 박근혜계 핵심에선 “청와대의 뜻”이라고 설명한다고 한다. 정상적인 판단이라고 볼 수 있나.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