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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외전화국의 대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8일에 발생했던 부산시외전화국의 대화는 교환양 5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44명에게 중화상을 입힌 것 외에도 2천만원의 국고손실을 입히는 등 근래에 드문 일대참사를 빚어냈다. 소방당국은 이 같은 참극을 빚어내게 된 것이 ⓛ입구와 통로가 좁아 소방관이 발화지점인 4층 회계과까지 접근치 못했고 ②비상구가 있었는데도 비상구 바깥에 사다리가 없어 이용할 수 없었다 ③북쪽과 남쪽의 2개의 비상통로가 있으나 북쪽은 발화지점이고 남쪽은 입구에 판자를 막아 보행이 금지되어 있었다 ④내부에 소화시설이 전혀 없었다 ⑤인명구조를 위한 시설이 없었다. ⑥부산의 소방관들이 고층건물화재의 진화작업경험이 없었다 ⑦부산의 소방차사다리가 2층밖에 닿지 않았다는 것 등을 들었다.
이것을 요약하면 ①국가가 건축한 공공건물이 건축법규를 준수치 않아 비상사다리 등 인명구조시설을 하지 않았고 ②자체소방시설이 전혀 없었고 ③소방관서의 소방훈련과 시설이 엉망인데다가 ④직원의 대피 훈련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폭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더우기 화인이 직원의 담뱃불에 의한 실화라니 체신당국의 위법과실 때문에 고귀한 인명에 많은 피해를 입혔고 국민의 세금으로 지운 건물에 2천만원의 손실을 입힌데 대해서 관계당국자는 마땅히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안다.
현행 건축법에는 이와 같은 공공건물에 방화벽의 설치를 엄격히 규정하고 있으며, 또 소방법도 방화 및 소방시설을 구비하도록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건물의 설계에서 준공 및 실제 운영 후에 이르기까지 관계 당국자 중 아무도 그러한 방화소방시설 및 비상 대피 시설등을 책임지고 점검치 못했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직무유기라 하겠기 때문이다.
또 그 많은 종업원이 종사하는 고층건물에서 소방훈련 한번 실시하지 않았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교훈으로 고층건물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에게 대피훈련을 실시하고 방화시설을 재점검함으로써 다시는 이러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 주기를 바란다.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고층건물의 임입현상에 따라 이제 우리나라의 소방시설에도 급속도의 근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 부터 지적돼 오던 경고였다. 따라서 허다한 고층건물의 건축은 허가해 놓고서도 고작 2충까지밖에는 올라가지 않는 소방사다리차를 탓하고 고층건물에 대한 소방훈련의 결핍을 공언하고 있는 소방당국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번 기회에 할 말이 많은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의 변명은 마치 고층건물은 화마가 결코 접근할 수 없는 성역이나 되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마저 주고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4층 이상까지 올라가는 사다리차가 있었던 들, 그리고 또 뛰어내리는 사람을 받을 수 있는 그물장치가 있었던 들 이러한 큰 인명피해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니 이것을 생각하면 국민의 입장에서는 안타깝기 짝이 없다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번 화재의 경우, 4층 이상의 불은 내부시설이 타고 난 다음에 자동진화 했다니 그것이 10여층의 고층건물이었던들 그 피해는 어떻겠는지 소름이 끼친다. 우리의 소방당국자는 이러한 불상사가 다시는 없도록 하루 빨리 고층건물에 대한 소방대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주기를 바란다.
본 난은 이미 2월에 있었던 부산국제시장의 대화와 화순·인제 두 국민학교의 화재를 보고 불조심을 경고한바 있거니와, 다시 한번 당국에 대해서 ①방화시설에 대한 질적 개선 ②소방도로·소방시설의 개선과 ③화인의 구명과 예방을 강조하는 바이다. 이번 부산시외전화국의 화재를 교훈 삼아 정부 및 주요 기업체들은 고층건물 건축에 대한 감독 철저와 소방시설에 대한 보완등을 통하여 다시는 이러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강화해 주기를 간절히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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