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질질 끌 수 없어 다자·양자 협의 병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4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의 북핵 문제 청문회에서는 영변 핵시설 재가동뿐만 아니라 한국 내 반미감정, 한국의 신정부 출범 등 각종 현안과 관심사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리처드 아미티지(사진) 국무부 부장관이 증언자로 나왔다.

다음은 의원들과 아미티지 부장관의 질의응답 요지.

-핵무기까지 보유한 북한을 제쳐두고 이라크만 공격하려는 것에 대해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북한과 이라크 중 어디가 대량살상무기 확산 위협이 더 큰가.(러셀 파인골드:민주.위스콘신)

"확산 문제만 따져보면 미사일을 수출해온 북한의 위협이 훨씬 크다. 북한은 아직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화학.생물무기 개발 프로그램도 갖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이를 경제적 이득을 노린 전략용으로 보고 있으나 이라크는 인접국가를 공격.지배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이게 다른 점이다.

-한국 내 반미감정과 관련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가. 그리고 어떻게 해소될 수 있다고 보나.(파인골드)

"양국관계가 다소 손상되긴 했지만 확실히 회복될 것으로 본다. 김대중 대통령은 물론이고 노무현 당선자까지 여기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반미 감정을 두고 세대교체를 이유로 들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세계경제 10대국에 월드컵까지 성공적으로 치른 한국을 두고 뒤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빅보이(Big-boy)'에 한국민이 싫증을 느끼게 된 탓도 있다고 본다."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면 도대체 언제쯤 하나. 한국과 일본은 다자협상도 좋지만 시간을 너무 끌지 말고 우선 북.미 간에 먼저 양자협상을 하라는 입장이다. 정부 입장은 뭔가.(척 헤이글:공화.네브래스카, 조셉 바이든:민주.델라웨어)

"북한과 대화시기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새 정부가 자리잡은 후에 가능할 것이다. 오늘 아침에도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북.미가 직접 대화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북한의 위험성 때문에 우리도 계속 끌 수는 없다. 한.일이 양자협의를 제안하는 것도 사실이고 우리도 다자간 협의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양자와 다자를 겸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북한은 북.미 간 불가침 조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는데.(바이든)

"북한은 처음에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불가침 협정을 요구했다가 우리가 말도 안된다고 했더니 협정 대신 불가침을 약속하는 문서면 된다고 후퇴했다. 파월 장관이 그렇다면 받아들일 만하다고 했더니 이제는 또 다시 미 의회가 어떤 형태든 보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어떤 상원의원도 보증해줄 수 없는 가능성 제로의 사안이라고 본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joonl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