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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로찾는 「내일의 연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신극60년의 연륜을 맞은 오늘, 우리 연극계의 당면과제는 무엇일까. 그리고 앞으로의 연극운동은 어떻게 전개해야 할것인가. 우리극계를 대표하는 연극인 50여명은 지난26, 27일이틀동안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신극60년과 내일의 연극』 이란 주제를 놓고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이 「세미나」 에서 연극인들은 연극이 소수층의 예술로 질적영향력을 갖춰야하리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내일의 연극이 시대의 고아를 면하기위한 방안으로 연극단체통합의 뜻을 비치는 한편 연극의 「풀」제도를 논의했다.
1908년 이인직의 「은세계」로 닻을 올린 신극은 민족말살정책에 항거하는 사명감으로 대중을 이끌고 해방후 6·25전까지는 일제의 탄압에 이겨나온 승리감으로 오락의 영역까지 맡을 정도로 전성기를 이루었다. 동지의식으로 뭉친 연극인은 연중무대에섰고 곁눈질이라곤 없었다.
오늘날 연극은 『부업적이며 연2, 3주의 공연으로 연극합네하고 극단의 존재를 과시한다』고 일생을 연극으로 보낸 유치혈씨가 개탄할 정도로 전락됐다.
극장, 관객, 배우등 연극3요소를 잃은 연극인의들은 영화, 「라디오」, TV등 새로운 경쟁자를 맞아들여 이들 「매스콤」이 『연극을 타락시켰다』고 적대시하며 스스로의 비판을 게을리하고 있으나 『「매스콤」은 오락과 양적영향력에서 그들의 길이있고 연극은 소수층의 예술로 그들에게 근원적인 「에너지」를 주며 이끄는 새로운길이 있다』고 여석기씨는 공존의 길을 찾도록 역설한다.
1930년대 윤백남씨가 지적한 극장, 연기자, 극작가, 관객의 빈곤은 아직도 해결안된채 연극의 발전은 제자리 걸음이다.
연극육성에는 많은 애로가 있다.
차범석씨는 『21개 극단이 난립하여 연극의 기업화를막고 질을 떨어뜨렸다』고 말하고 『정부가 영화에 쏟은 노력의 10분의1 이라도 연극육성에 보태라』고 요구했다.
『서구의 양식인 연극을 우리것으로 소화시키라』는 김경옥씨말에 『무대는 작가의 산 경험이 심화된 표현의장소』임이 강조되고있다.
줏대없는 번역극을 벗어나 비판정신이 뚜렷한 새로운 작가의 출현을 위해 작품의 「풀」 문제가 새로이 등장했다.
이 「세미나」 에서 정리된 연극육성을위한 6개항목의 당면문젯점은 다음과같다.
ⓛ연극계의 발전을 집약시킬 연극단체의 일원화를 기한다. ②창작극의 「풀」제로 기성작가의 신작과 신인의 발굴을 기대한다. ③연기자의 전문화를위해 하기학교등 훈련기관을 마련한다. ④우리의 전통을 계승 발굴하기위한 민속극을 발전시킨다. ⑤학교 및 지방등 지역사회의 연극을 육성한다. ⑥개인및 단체의 국제교류 추진한다.
한편 창작극의 빈곤으로 허덕이는 연극계는 작품「풀」제도가 창작극의 양을 늘리고 질을 높이는 새로운 자극제가 될것으로 보고 이를 연구중이다.
작품 「풀」 (저장고) 제도는 여러가지의 작품을 수시로 모아 놓았다가 필요로하는 극단에 나눠주는방식.
현존의 극단들은 거의가 전속작가나 다름없는 고정된 한두작가의 극본을 쓰고있다.
제안자 여석기씨는 극작가가 준전속작가가되어 작품을 위주로 글을 쓰는것이 아니라 극단의 비위에맞춰 아무개에게 아무역을 맡긴다는 식의 신파악극단의「스크립터」로 타락되는것을 막고 정당한 고료를 받게 하려는것이 이 제도의 뜻이라고 말한다.
해방후 새로운 극작가가 80여명이나 등장했으나 거의 한두작품으로 사라지고 10명 안쪽만이 미미한 활동을 보이는 현실의 타개책인 이제도는 『기성작가에겐 마음것 쓸수있는 기회로, 신인에겐 등용문으로 쓰일수있다』는 이두현씨의 의견이다.
이제도의 문젯점으로 기금운영기구 및 작가의 호응여부를 들수있다.
이제도가 창작극 진흥을 위한 임시방편이라는 공통된 견해를 밝히는 연극인들은 기성작가가 얼만큼 호응을 해줄지 궁금한 표정들. 「풀」제도가 현재의 여건으로는 창작극진흥에 보탬이 되지않을뿐더러 새로운 연극단체를 하나 더늘릴뿐이라는 일부연극인의 걱정이 헛되지않도륵 확실하고 강력한 세부실천안이 마련돼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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