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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의 무더기 사퇴현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경찰관의 무더기 퇴직현상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는 며칠전 치안국발표는 충격적이다. 이에 의하면, 67년 한햇동안에만 2천16명의 경찰관이 사직하였는데 이중 격무와 생활고등을 이유로 자진사퇴한자만도 1천6백66명(80%)에 달한다했다. 이는 전국경찰관TO의 근5%에 해당하는 놀라운 숫자로서, 국내외 정세의 긴박이 가중하여 경찰관의 책임이 어느때보다도 무거워지고 있는 이때 결코 경시할수 없는 국민적 관심사가 아닐수 없다.
그러면 그들은 왜 이토록 미련없이 자리를 떠나는 것일까. 생각컨대 경찰관들의 이와같은 무더기 사퇴현상은 이미 커다란 사회문제로 등장한지 오래인 국민교교사들의 같은 동향과 더불어 그 근본원인이 결코 흔히 말하듯 박봉과 격무때문에뿐만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는 점에서 족히 늪은 차원에서의 정책적 배려를 요구하는 국가적 문제라고본다.
하루 19시간이상의 격무에 고작 월봉9천원안팎의 보수. 이것은 확실히 그것만으로도 대다수 정직한 경찰관들을 실망시키는 이유가 될수있는 것이다. 그 실정은 퇴직자 가운데 으뜸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이른바 「학사경관」이라는 사실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그들과 동창인 일반직장 진출자들이 대체로 보다 쾌적한 취업조건아래 보다 나은 보수를 받고 있음을 상기할 때 오늘날 경찰관에 대한 처우는 그것 하나만을 가지고서도 이들에게 참기어려운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학사경관들이, 이를테면 국군장교처럼, 같은조건아래서라도 자기의 직책을 보람되고 영광된 일이라고 긍지와 사명감을 가지고 수행할수 있었다면 적어도 그들이 선두에 선 무더기 사퇴현상만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문제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보아야 할것이다.
특히 4·19이후, 우리국민의 경찰관에 대한 불신은 상당히 뿌리깊은데가있다. 살인 강도사건이라면 또 몰라도 국민가운데 사소한 도난사건쯤 당해가지고서는 여간해서 경찰에 신고조차 않는 기풍이 만연하고있는 것은 확실히 사법경찰관에 대한 국민의 전반적인 불신을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것이다.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는 경찰관들이 국민의 이와같은 싸늘한 눈총속에서 자기직책에대한 긍지와 사명감을 견지키 어려우리라는 것은 능히 이해할만한 일일 것이다.
「사회계약설」이 아니더라도 납세자인 국민이 국가로부터 받을수있는 제1차적인 반대급부적 권리의 실체는 결국자신들의 생명재산을 보호해주는 사법경찰관을 통해서만 실감할수 있는것이 세계의 통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관에 대한 전기한바와 같은 국민의 불신경향이 보편화돼있다고 한다면 이는 곧 국가존립의 의의자체에 대하여 국민이 의심을 품고있는 것으로 보아야할 것이다.
위정자로서는 이제 경찰에대한 일반국민의 이와같은 부신사조와 또 스스로 사명감과 긍지를 잃지않을수 없게된 경찰관 자신들의 정신자세가 어디서부터 유래한것인가에 대한 성찰을 깊이하고 그 근원적인 해결책을 진지하게 물색하여야할 화급한 당면과 제앞에 직면해있는 셈이다. 그들에 대한 물질적 처우와 근무조건의 개선도 물론 시급하다 하겠으나 그보다 더 중요한것은 그들의 「모럴」을 진작하는 일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경찰관들의 정치적중립문제를 의식하여 서찰대타권력기관 사이의 질서및 관계개선, 그리고 그 신분보장문제등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문제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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