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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유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세월은 빠르다』다는 말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눈앞에 다가온 졸업을 맞고 보니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된다.
16년이라는 오랫동안 학생이란 이름으로 마음의 고향이요, 정신의 안식처였던 정든 학교를 떠나게 되니 지난 모든 것이 아쉽고 새삼 그리워지기까지 한다. 철없던 시절.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동경하던 하얀「칼러」의 여학생 제복을 입던 때의 경이(경이)와 기쁨, 그리고 Coed로서의 대학생활에의 첫 발디딤은 화려한 행복과 광명에의 교향곡의 선율 그것이었다.
그러나 이 기쁨과 희망은 미처 그 진미를 터득하기도 전에 곧 대단원의 막을 내려야할 때가 온 것이다. 그러나 사실 대학에 들어왔다는 사실과 대학생이라는 사실은 나에게 퍽 많은 의미를 가져다주었다. 더욱이 「배지」의 위력은 놀랄만하여 대학생이라는 작은 신분을 충분히 보강하여 주었던 것이다.
꼭 읽고 싶었던 책들은 그냥 책꽂이에 꽂아 둔 채로 되었지만 흥성대던 대학가의 축제등의 낭만과「베트벤」의 심오한「멜러디」에 도취할 수 있었던 지난날들은 그런대로 아름다운 것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졸업이라는 것이 배움의 종착점이 아니고 인간생활에의 시발점을 뜻할진대 좀 더 희망적이어야 할 내일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Let bygones be bygone 이란 말과 같이 이미 지나간 일들은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묶어 놓고 자기 앞에 주어진 길을 서두르지 않고, 그러나 끈기있게 걸어 나갈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든든히 가져야 하겠다.
이제 졸업생으로서 주어진 사명감을 완수하여야 한다는 무거운 의식을 두려워말고 하나의 사회인으로서 자신에게 충실하고 항상 음악과 더불어 그날 그날을 보람있게 보내리라 다시한 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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