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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번의 충격적인 「1·21」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대간첩작전의 일원화방안을 비롯하여 향군무장화, 향토예비군 설치 등 일련의 대책에 곁들여 주민등록증의 발급을 제도화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국무회의는 주민등록법 중 개정법률안을 의결하여 주민등록증의 발급규정을 새로이 삽입했다. 이 주민등록증의 발급은 해방 후 20년 동안 내려온 시·도민증제도를 없애고, 그 대신에 주민등록증을 발급하여 사건시의 부동·불온분자의 색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주민등록법 중 개정법률안은 원래 내무부에서 추진되어오던 주민이동상황파악을 위한 직권주의와 신고의무를 규정한 것이었는데 작년 12월4일 차관회의에서 일단 보류되었던 것이 갑자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고, 원안에는 없던 주민등록증발급규정을 급히 삽입한 것이다.
우리는 정부당국의 이와 같은 의도의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 아직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있지 못하나, 개정법률안 제17조의8이 의도하는 바 「주민등록증의 임의발급규정」에는 약간의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동 법조문은 「시장·군수는 관할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된 자에 대하여 주민등록증을 발급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이 임의규정인 점에서 그 필요성이 절대적임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북괴가 남파하는 간첩이 과거에 시민증이나 도민증이 없어서 색출되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이는 북괴가 남파하는 간첩은 미리 위조신분증을 만들어오기 때문에 신분증의 위조를 절대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한 주민등록증의 발급은 간첩색출을 위해서는 무의미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띠라서 주민등록증이 임의발급케 된 표면은 이 사정을 참작하여 주민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하여 주민이 요구하는 경우에만 이를 발급함으로써 신분을 증명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몸이 타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주민등록증의 발급, 휴대를 강제화하는 것은 법리상 모순이 있을 뿐더러 현실적으로도 이에 찬성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문제에 관해서는 임의제를 원칙으로 한다는 조건하에서 이를 찬성하고자한다. 그러나 주민등록증의 임의발급도 이를 완전히 지양하는 것만은 못하다고 하겠다.
외국의 경우 시민등록증이나 신분증에 관한 규정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들 국가에서 신분증을 상시 휴대하도록 의무화하고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시민이 필요한 경우에 시민의 요청에 의해서만 신분증이 발급되고 이 신분증은 구라파의 경우 여권을 대신하기 때문에 많이 발급되고 있을 뿐이다.
앞서도 말한 바와 같이 우리는 주민등록증의 임의발급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으나 임의규정이 강제규정처럼 악용되고 휴대의무의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휴대치 않는 사람을 범인시하는 폐단은 없어져야하리라고 생각한다. 북괴가 노리는 것이 사회불안의 조성이라는 점을 참작하여 정부는 가급적이면 부질없는 사회불안조성의 원인을 하나라도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며 주민등록증발급에 소요되는 경비와 소요인력을 보다 유효한 반공대책에 기울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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