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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돌이표 뉴스, 진짜 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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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종윤
뉴미디어 에디터

한국의 포털사이트(Portal site)는 요란하다. 단순한 관문이 아니다. 온갖 호객꾼이 손님을 잡아 끄는 혼잡한 유흥가 같다. 광고전단지가 난무한다. 국적불명의 서비스도 춤을 춘다. 압권은 포털들이 제공하는 정체불명의 ‘검색어 순위’다. 국내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의 홈페이지에는 각각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와 ‘실시간 이슈’라는 코너가 있다. 급상승했다는 검색어가 1~10위까지 사이트를 장식한다. 순위에 든 검색어를 보면 대부분 머리를 갸우뚱하게 된다. 연예인 등의 시시콜콜한 내용들로 도배되기 때문이다. 검색어 순위는 오직 장삿속의 산물이다.

 이런 ‘검색어 순위’가 온라인 저널리즘을 절벽으로 몰고 가고 있다.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는 가짜 뉴스가 판을 치기 때문이다. 검색어 순위는 궁금증을 유발한다. 그래야 클릭이 이루어진다. 인터넷 생태계는 ‘클릭=돈’인 곳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검색어 순위는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듯,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를 몰아내는 도구가 되고 있다.

 지난 6일 네이버의 최대 급상승 검색어는 ‘동대구역 자해소동’이었다. 30대 남성이 동대구역에서 칼로 자신의 중요 부위를 훼손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부터다. 이 검색어를 클릭한 이용자들은 깜짝 놀랐다. 같은 매체의 기사 수십 건이 제목이나 문장만 살짝 바뀌어 지속적으로 포털사이트에 올랐기 때문이다. ‘동대구역 자해사건, 현장사진 유포’ ‘동대구역 자해사건, 현장사진 피 묻은’ ‘동대구역 30대 남성 자해’ 등. 원인은 ‘클릭’ 때문이다. 검색어로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 매체가 같은 기사를 반복해서 포털에 등록했다. 이번만이 아니다. 웬만한 검색어 단어를 클릭하면 사정은 다 마찬가지다.

 이런 행태가 반복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진짜 뉴스는 뒷전으로 밀린다. 독자들은 연예인 신변잡기 같은 뉴스가 되풀이되는 온라인 저널리즘을 접하고 실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온라인 뉴스의 위기를 초래한 1차 책임은 언론 스스로에 있다. 올바른 저널리즘을 구현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포털은 원인을 제공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처음부터 검색어 순위로 인해 사이버 세상이 혼탁해질 줄 뻔히 알면서도 이들은 좌판을 깔았다. 포털 관계자는 “자정(自淨)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시장의 생리상 어렵다. 시장은 이익을 좇는 곳이다. ‘검색어 순위’라는 꿀단지가 열렸는데 달려들지 않을 벌은 없다.

 선진국의 주요 포털에서는 ‘검색어 순위’를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은 이런 상술을 인터넷 공해로 여긴다. 국내에서는 오염물질이 사이버 세상을 뒤덮고 있다. 이용자들의 건강은 나날이 나빠진다. 온라인이 바른 여론, 정확한 정보와는 담을 쌓는 곳으로 인식된다면 결국 고객들은 사이버 세상을 등질 것이다. 일류 포털이라는 네이버와 다음이 검색어 장사를 하는 건 아쉬운 일이다. 일류 기업이라면 그에 맞는 품위를 갖춰야 하는 법이다.

김종윤 뉴미디어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