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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을 진통제 삼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22호 29면

1 무제(2009), 장지채색, 72.5 x 60.5 cm
2 무제(2008), 화선지채색, 72 x 60 cm

군에 입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만 지뢰를 밟았다. 스물한 살 182cm의 장정은 순식간에 왼쪽 눈과 왼쪽 발을 잃었다. 실의에 빠져 있는 그에게 형은 동양화를 배워보지 않겠느냐고 권했고 그는 남농 허건의 문하생이 됐다. 추계예술대학에 입학해 뒤늦게 학업에 정진했지만 이번엔 졸업 직전 교통사고로 엉덩이뼈가 부서지는 부상을 당했다.

장창익전-꽃피는 봄날에 5월 11일~6월 30일 서울 평창동 갤러리 평창동, 문의 02-396-8744

매일 세상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붓을 잡았다는 장창익 화백은 3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처음에는 진통제가 고통을 멈추게 했지만 지금은 붓을 잡고 잠들면 고통이 멈춘다”고 말한다.

“꽃을 보면 마냥 즐겁고 마음이 순수해지는 것 같아 꽃 그림을 즐겨 그린다”는 그는 ‘아내에게 고백’이란 시에서 이렇게 토로한다. “…그동안 내 삶 어디 성한 곳 있었는가 / 당신이 꽃처럼 웃어주고 / 당신이 꽃처럼 향기 되어 / 거친 내 모습 반듯하게 / 살아올 수 있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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