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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전담 경찰관 둬 폭력 절반 줄여 … 성폭력 피해자는 힐링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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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3월 24일, 천안시 도심 한 복판에서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총격전이 벌어졌다. 20대 여성을 나흘 동안 끌고 다니며 성폭행을 일삼던 A씨는 잠복 중이던 경찰이 검거하려 하자 훔친 공기총을 발사하며 경찰과 대치하는 등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사건이 발생하자 천안 서북서는 즉각 T/F팀을 가동했고 상황에 맞는 신속한 조치를 취했다. 결국 성폭행범 A씨는 경찰이 쏜 테이저건에 맞고 검거됐다. 경찰은 또 단순히 범인을 검거한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정신적 충격이 컸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심리상담 전문 경찰관을 밀착시켜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했다.

 #2 지난 2011년, 천안의 모 고등학교 학생들과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간 100여 명이 넘는 집단 패싸움이 벌어졌다. 경찰 개입이 불가피한 상황. 하지만 서북서는 처벌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접근했다. 교내에 ‘클래스 폴리스’라는 제도를 시범 운영토록 한 것이다. 모범생과 일진회 학생 등 10명의 학생들을 선발하고 안보현장 체험학습, 경찰과의 대화 등을 통해 학생 스스로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지금은 폭력 없는 학교로 모범 사례가 됐다. 서북서는 올해 학교 폭력 사고가 많은 6개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클래스 폴리스’ 제도를 확대 운영하기 위해 현재 천안시와 협의 중이다.

천안서북경찰서(서장 박진규)는 지난 3월 4대악 근절을 위해 여성청소년과에 추진본부를 설치했다. 경찰서장을 위원장으로 각 과 과장과 계장, 팀장 등 41명이 위원으로 참여해 지역실정에 맞는 15개 과제를 선정하고 전 기능이 긴밀한 협조 체제를 유지하며 4대악 근절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여성청소년과를 중심으로 구성된 T/F팀은 추진본부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

T/F팀은 평소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지만 4대악과 관련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 및 협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전국적으로 모든 경찰서에 T/F팀이 구성돼 있지만 천안서북서 T/F팀은 앞서 언급한 사례와 같이 적재적소에 맞는 판단과 즉각적인 지원으로 단연 모범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또 사건을 해결한 후에도 적절한 후속조치로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시민들이 의지할 수 있는 경찰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T/F팀에서 성폭행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김기현 경사는 성폭행범죄는 무엇보다 재발 방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범인 검거 뿐 아니라 가해자의 처벌과 피해자의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최근에는 피해자의 정신적 충격까지 힐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재범율이 높은 성폭력범죄의 재범을 막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현재 성폭력범죄 우범자 77명과 신상정보 공개대상자 46명 등 123명을 전담경찰관이 특별관리 하고 있으며 유흥업소 밀집지역을 성폭력범죄 특별 관리구역으로 지정해 주목하고 있습니다.”

실제 이 같은 경찰의 노력으로 성폭력범죄자의 검거율이 80%를 육박하고 있다. 학교폭력도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여성청소년과 정연택 계장은 최근 학교폭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북서 관내에는 초등학교 32개교, 중학교 14개교, 고등학교 9개교 등 총 55개 학교가 있습니다. 현재 2명의 경찰관이 학교를 전담하면서 범죄예방교실이나 사랑의 교실 등 학생 선도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해 지난해 대비 학교폭력이 47%가량 감소하는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가정폭력 역시 올해 본격적으로 T/F팀을 운영한 이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가정폭력을 담당하고 있는 서경희 경위는 가정폭력에 대한 관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했다.

“가정폭력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정폭력으로 인해 가정이 해체되고 결국 그러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학교폭력에 휩쓸릴 위험이 높기 때문이죠. 또 성인이 된 후에는 성폭력범죄 등 다양한 범죄에 노출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집니다. 꼭 4대악 근절이 아니더라도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이처럼 4대악 근절을 위해 구성된 천안서북서 T/F팀은 그 어느 때 보다 의욕적인 자세로 4대악과 맞서 싸우고 있다. 특히 4대악 근절이 민생안정을 위한 첫 단추라는 각오로 팀원 모두가 불철주야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T/F팀을 이끌고 있는 여성청소년과 장효순 과장은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등 사회악으로 규정된 4개의 범죄행위는 근절대책을 추진하지 않더라도 경찰로써 당연히 해야 할 임무다. 하지만 T/F팀이 구성된 이후 더 효과적으로 범죄자를 검거하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게 된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시민 안녕과 직결되는 4대 사회악을 더욱 확실하게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4대악이 근절되고 천안 시민과 나아가 국민 모두가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경찰과 시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최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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