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핵폐기물처리장 더 미룰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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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부가 동.서해안에 4개 지역을 핵폐기물 처리장 후보지로 선정하고 나섬으로써 이 문제가 뜨거운 현안으로 다시 대두됐다. 현지에서는 벌써 주민들의 반대시위에다 환경단체들도 들고 일어나 예정대로 내년 초까지 과연 순탄하게 최종 입지가 결정될지 험난한 과정을 예고하고 있다.

핵폐기물 관리시설은 객관적 입장에서 보아도 여간 시급한 게 아니다. 25년 가까이 원자력발전을 해온 결과 현재 원전부지 내에 임시 저장 중인 핵폐기물은 2008년부터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 3년 이상 걸릴 건설기간을 감안하면 입지가 하루 빨리 정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10여년간 답보상태에 머무른 것은 주민반대도 있었으나 매번 여론에 밀려 표류하는 등 정부의 미숙한 대응 탓이었다. 안면도를 후보지로 잡았다가 포기하고 굴업도는 활성단층 발견으로 무산된 그동안의 쓰라린 경험이 이를 말해준다.

국내에는 현재 18기의 원전이 가동, 전체발전에 원전 의존도가 40%에 달하고 있다. 원전의 혜택은 맘껏 누리면서 그 폐기물을 나몰라라 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정부가 우선 엄정한 자세로 객관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자료를 가지고 불가피성을 설득해야 한다. 최적지를 선정했다면 확고부동하게 밀고나가야 한다.

이해가 걸린 주민들이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에 반대하는 게 지극히 당연하며 이를 지역이기주의로 치부만 할 수 없다. 문제는 이를 설득하고 극복하는 정부의 능력 부족이 더 일을 꼬이게 만든 원인이었다.

또한 해당지역 지원을 위한 사업을 더 치밀하게 발굴하고 다듬어야 한다. 피해가 없다고만 할 게 아니라 이를 솔직히 공개하고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한다.

이번에 선정된 지역들도 지자체의 자발적 신청이 없어 전국 2백여군데 중에 골라내는 어려움을 겪었다.

핵폐기물이 아무리 혐오시설이라도 외국에 내다버리지 못한다면 국토의 어느 한 곳은 이를 감내해야 한다. 주민들로서도 국가적 사업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