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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고무상 비운의 「송구영신」|전 중공국가주석 유소기 부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문혁」을 통한 모·유 양과의 승부 없는 싸움이 지루하게 계속된 이래 유소기는 금년 10월 1일의 국우일식전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채 지금껏 은둔생활을 하고있다.
「국가주석」이란 제2인자의 자리를 모택동 일파에 의해 일방적으로 유린당한 유소기는 지금 어디서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전하는 바로는 유소기는 그의 부인 왕광미와 함께 「중남해」에서 외출을 마음대로 못한 채 조용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
「중남해」는 중공의 고관대작들이 사는 동네로 북평 시내의 중심부에 있고 남해 호를 건너 멀리 천안문이 바라다 보이는 곳.
이곳 중남해는 중공당 중앙위원 및 정부 각료급 인사의 주택과 당중앙위원회 사무국, 국무원 청사 등이 있는 거리이다.
모택동을 비롯해서 「반유투쟁」에 앞장섰던 임표 국방이며 실권파의 거물들인 등소평 총서기, 도주 당 선전부장, 팽탁 북평 시장 등 「문혁」에서 비판, 공격을 받고 실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당의 고위 간부들이 모두 이 곳에 함께 살고있다.
중남해는 사방이 약1평방 킬로미터의 넓은 지역이며 주위는 높이 5미터의 성벽으로 둘러 싸였고 북·서·남쪽에 3개의 대문이 있을 뿐이다.
대문마다 총검을 한 5, 6명의 중공군 병사가 경비하고 있고 요소 요소에는 순찰병이 수시로 순찰을 하고 있다. 일반 대중은 말할 것도 없고 이번 난리 통에 호위병조차 중남해에만은 발을 들여놓을 수 없었던 성역이다. 따라서 이들 중공의 양반족속이 어떤 생활을 하고있는지 7억 대중에게는 수수께끼일 수밖에-.
이 성벽 안은 길이 깨끗하게 포장되어 있고 숲이 울창한 공원 같은 분위기 속에 정원이 달린 독립가옥이 드문드문 점재해 있다.
유소기도 물론 그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그의 집에서는 7, 8명의 심부름꾼들이 유소기 부처의 사생활을 돕고 있는데 바깥의 시끄러운 정치적 소용돌이와는 퍽 대조적인 분위기여서 이상한 생각마저 든다고 가본 사람들이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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