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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돼야 할 의정의 형식과 절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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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2면

신민당 의원들의 농성으로 조성된 국회운영의 마비상태는 21·22일에 열린 여·야 중진 8인회담과 2인 소위에서 특조위법 제정요강에 관한 정치적 타결이 이루어졌으나 신민당 측이 그 수락을 꺼리고 있으므로 아직도 그 귀추를 예측키는 어려운 형편에 있다.
신민당이 농성 투쟁을 벌이면서까지 공화당에 대들고 있는 까닭은 (1)공화당이 특조위법의 입법기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차이피일 특조위법 제정작업을 지연시키고 있어 과연 그들에게 여·야 협상의정서에 따라 특조위법을 개정할 성의가 있느가 부터가 의심스럽고 (2)예결위에서 부처별 심사를 [날치기]로 종결시켜 의회정치에 고유한 법칙과 절차를 제멋대로 유린한 것으로 보아 공화당이 양당에의한 국회의 정상적인 운영을 원하고 있는지가 의심스럽다는데 있다.
문제의 특조위 제정작업에 관해 말한다면 여·야의 의견대립으로 동법 제정기한을 넘긴 것까지는 납득이 간다. 그러나 그후 특조위법 제정에 임하는 공화당의 자세를 보면 법이론상의 논의를 방패로 위헌논쟁으로 시종, 법 제정작업을 자꾸만 지연시켜 왔고 또 공식적으로 신년도 예산안 통과후에 특조위법 제정을 다루겠다는 방침을 천명해왔으므로 신민당이 여당은 이번 정기국회 회기내에 특조위법을 제정할 생각은 갖고 있지않다고 추측하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닐것이다.
그리고 만약에 이번 정기국회 회기중에 특조위법이 제정되지 않는다면 신민당의 유당수가 언명한대로 {여·야 협상의정서는 완전히 백지화되고 모든 것이 협상이전의 원점으로 되돌아가든지 오히려 그 이상으로 악화}할 우려가 충분히 있다. 그렇다면 신민당의 집권당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씻기 위해서는 특조위법을 새해 예산처리에 앞서 혹은 이와 병행하여 제정함으로써 특조위법 제정 약속이 결코 공수표가 아니었음을 행동으로 입증하는 것 외에 딴 길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앞서도 본란이 지적한 바 특조위법처럼 입법기술상 매우 까다로운 문제를 많이 내포하고 있는 법의 제정은 주로 정치적 결단으로 해결짓는 것이 현명한 것이며 설령 그런 결단에 의한 입법이 졸속의 한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사태를 신속히 안정시켜 버리기 때문에 불안정한 사태를 무작정 지속시키는 것보다는 낫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예결위에서의 날치기 통과에 관해서 말한다면 소수당이 물리적인 의사 방해 전술을 쓰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다수당이 이런 비열한 수법을 썼다는 것은 다수당의 자신상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동시에 다수당에 의회정치의 본질이 요구하는 운영의 형식과 절차를 존중할 성의가 없음을 입증한다. 이와같은 날치기 통과는 협상을 벌일 필요도 없이 당연히 무효라 하겠지만 다수당은 비단 이번 과오를 자진해서 뜯어 고침뿐만 아니라 앞으로 의회정치의 본질이 요구하는 운영의 형식과 절차를 짓밟고 다수당의 의사를 일방적으로 관철하려는 수법의 행사를 엄중히 삼가도록 해야한다.
의회정치는 의결된 내용이 진리에 부합한가의 여부보다도 의결과정에 있어서 소수파가 충분히 자기의견을 내세울 수 있었던가 하는 형식과 절차가 보다더 중요한 것이다. 우리 국민은 6개월만에 간신히 정상화된 국회가 또다시 격돌의 도가니 속에 빠져 사실상 부재 상태에 놓이기를 원치않는다. 여·야는 이점을 명심해야할 것이고, 특히 집권당은 사태를 순리대로 해결짓도록 최대한의 인내와 관용을 보이도록 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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