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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 방위 제2라운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파운드 방위를 위한 평가절하의 파문이 달러 불안으로까지 광범위하게 번져가고 있는 이때에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로이·포비스·해러드(Roy Forbes Harrod) 교수는 최근 『제2라운드로 접어든 파운드 방위』제하의 글을 「일본경제」지에 기고했다. 달러평가를 유지하기 위해 부국의 경제성장이 잠재력이하로 억제되는 것은 달러 절하보다 더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해러드 교수는 전후 이론경제학의 출발점으로 평가된 『동태경제학서설』을 저술, 케인즈파 경제학의 중심적 지도자로 지목되고 있으며 영국의 내외정책에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제수지 곧 균형화>
파운드 평가절하직후에 강화된 디플레정책은 지금까지의 예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빠른 시일 안에 영국의 국제수지를 거의 틀림없이 균형화할 것이다.
그러나 절하자체가 기대했던 결과를 가져오는데 있어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인지의 여부에는 의문이 있다. 수출은 확실히 증가할 테지만 이를 통해 달러형태의 수출이익을 늘리려면 수출품에 대한 수요가 「탄력적」이어야한다.
수입면에서도 영국은 수입의 80%가 식료품, 연료공업 원재료 등 탄력성이 적은 품목들이기 때문에 평가절하가 가져오는 이익은 완제품수입에 집중된다. 여기서 의문이 제기된다. 즉 15%의 수입과징금으로도 수입억제에 적은 효과밖에 발휘하지 못했던 점을 생각하면 14·3%의 평가절하가 과연 큰 억제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디플레정책이 확실히 성공만 한다면 이것도 그렇게 심각히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영국의 정책입안자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소득정책을 어김없이 성공시키는 일이다. 물가와 임금의 나선적 상승은 절하에 의한 경쟁상의 이익을 감살할 뿐 아니라 물가안정이라는 영국의 큰 목표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미 적자의 압력지속>
한편 세계의 금융업자들은 관심의 대상을 달러로 옮겨가고 있다.
비록 위기의 고비는 일단 넘쳤지만 트러블은 금후에도 재발할 전망이다. 미국의 국제수지적자가 상대적으로나 절대적으로 영국의 적자보다 크고 더욱 악질이며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때에 영국의 수출품이 미국상품과 비겨 경쟁력이 14·3% 증강된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금융업자들은 주장할 것이다.
그들은 사소한 것이든 중대한 일이든 간에 미국에 있어서의 사태의 악화―무역수지의 일시적 악화 생산성을 능가하는 임금상승 대규모파업과 전비 급증의 사태에 대비하려 할 것이다. 이들 사태 중의 몇 가지는 일어나지 않을 테지만 금융업자들이 대규모의 예방적 자금운동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기대할 수는 없다. 만약 여기에 투기까지 겹친다면 미국은 영국보다 훨씬 취약한 입장에 놓일 것이다. 영국의 환 관리제도는 투기적 행동을 규제하고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제수지가 적자인 한 이러한 압력은 지속될 것이다. 최근의 위기가 일단락 했다고 보면 당면한 세계경제의 중심적 과제는 미국이 1온스=35불의 금값을 미신적일 정도로 유지하기 위해 최근 몇년간의 영국처럼 미국의 경제성장을 잠재력이하로 억제할 것인가 여부이다. 억제를 하게된다면 사태는 심각해진다.

<평가회복 될는지도>
달러절하가 가져올 「혼란」에 대한 우려는 과장되고 있다. 절하될 경우, 며칠간은 은행·외국환시장·주식시장 등을 폐쇄해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기간 중에 각국은 자유통화에 대한 절하의 결심을 굳히고 그 다음에는 오히려 장래의 경제확대에 가일층의 강한 확신을 갖고 순조롭게 움직여나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영국의 1파운드=2달러80센트의 평가로 복귀하는 것이 합당해질는지도 모른다.
단기 내지 중기적으로는 파운드의 국제적 사용을 감소시킨다는 「절하의 의미」를 쉽게 과장할 수가 있지만 영국으로 보면 1931∼4년과 같이 67년의 절하를 뒤에 역전시킨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소망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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