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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의 확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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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기중학입시를 둘러싼 몇몇 불상사는 후기시험이 끝난 오늘까지도 아물지 않고 있다.
청주중학교의 경우는 입시문제가 누설되어 담당교사와 그 관리에 소홀했던 두 교장이 파면되게 되었거니와 경기중학교의 경우는 아직도 말썽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전자가 전혀 학교측의 부정으로 야기된 불상사였다 한다면 후자는 학교측의 석연치 않은 태도도 태도이지만 그것보다는 낙방학부형측의 압력으로 빚어진 불상사라는 점이 대조적이다.
물론 그 이유나 경위야 어떻든 이런 불상사가 야기되었다는 사실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면에서 본다면 유치원에서부터 진학을 위한 과외공부를 해야하는 이 나라의 빗나간 사회상황이 빚어낸 당연한 문제라고 할 것이며 몇 해를 두고 어린이와 학부형이 신산을 겪어왔던 터이므로 그 부작용이 격하게 일 법도 하다. 그리고 애초에 문제는 시 교육위의 문제은행에서 뽑아다 출제했으면서도 정답은 독자적으로 마련한 학교측의 석연치 않은 태도도 문제가 될만하다. 그러므로 기본적으로는 해마다 거듭되는 입시파동의 책임을 서로 전가시키려는 학교측이나 교육위측의 안일한 태도 때문에 야기된 문제라고 하겠다.
연합출제면 연합출제, 단독출제면 단독출제로 누군가가 그 전적인 책임을 감수하고 나서는 시험제도가 마련되어 있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입시를 둘러싼 이 사회의 이상과열, 학교측·교육위측의 책임회피를 나무라기에 앞서 정상수업을 방해하면서까지 농성을 벌이고있는 학부형들에게도 꼭 한마디 해야할 계제에 이른 것 같다.
첫째, 교육은 압력으로 좌우될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우기 학교장 책임아래 결론이 지어진 입시사무가 외부압력이 있다해서 번번이 번복될 수는 없다. 학교교육은 교사가 하는 것이고 학사행정은 학교장의 전적인 책임과 권한이 속하는 것이다.
둘째, 학교는 신성한 교육의 전당이다. 바로 농성을 벌이고있는 그 학부형들이 자녀들의 중등교육을 위탁하려했던 곳이다. 그곳에는 지금 물의의 불꽃이 튕겨지고 있다.
이것은 상식으로써 납득될 수 있는 사태가 아니다. 그런 학부형들의 극성으로 설사 그 자녀들의 입학이 허용된다 해도 그 자녀들은 어떻게 떳떳하게 교육의 마당에서 공부할 수 있을 것인가.
세째, 교권은 우리 모두가 뒷받쳐주어야 확립된다. 교권이 확립돼있지 않은 곳에서 온당한 교육이 베풀어지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학부형들이 직접 나서서 교권에 도전하고 그것을 짓밟는다면 그것은 교육의 장래를 위하여 크게 불행한 일이다.
이제 문제의 소재는 밝혀졌다. 지금 농성을 벌이고있는 학부형들은 모름지기 학부형다운 입장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실력투쟁을 삼가고 평정을 되찾아야한다. 그리하여 확립된 교권이 내리는 재단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교육적 입장에 모두가 서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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