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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문화계 회고와 그 주역들 - 음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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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67년의 음악계는 작품창작면에서 여전히 침체를 극복하지 못했다. 몇몇 작곡가들이 새로운 작품들을 내놓았으나 그 대부분이 작곡가 자신만이 이해하는 수준이었다는 혹평을 듣고있다. 그 작품들이 대중에게 너무 수준이 높은 것이어서가 아니라 대중과 유리된 곳에서 혼자 자기도취하는 실험적 습작의 수준을 넘지 못해서 그렇다고 한다. (박용구씨의 말)

<뮤지컬 선약간의 진경>
그러면 대중적인 음악에서는 어떠한가. 최창권씨가 작곡한 「꽃님이 꽃님이」가 예그린 악단에 의해 11월에 공연됐는데 지난해의 「살짜기 옵서예」보다는 약간 진경을 보였으나 이 역시 실험단계를 겨우 탈피한 정도.
작곡계의 부진이야말로 우리음악 최대의 문제다.
바이얼리니스트 아이작·스턴과 첼리스트 야노스·스타카의 내한공연은 특기할 일이다. 이러한 세계적인 거장의 연주는 우선 청중의 감상능력을 비약적으로 성장시키며 국내연주가들에게도 비상한 자극을 준다. 그리고 시시한 외국연주자들이 와서 엉터리 짓을 함부로 할 수 없게 만든다. 국내의 교향악 오페라를 비롯한 여러 분야의 연주도 꾸준한 성장을 보였으나 여전히 우물 안의 개구리신세를 면하지 못하고있다. (김만복씨의 말)
체육계에서 국가예산을 들여 해외원정도 가고 외국인 코치도 초빙하듯이 우리의 오케스트라도 역량있는 외국의 지휘자를 초빙하는 것이 절대로 필요하다고 한다. 오페라는 어느 정도 기업화될만한 가능성도 보이기 시작한다.

<원로급 발표회도 이채>
올해에는 악단의 원로급 개척자들이 발표회를 가진 점이 이채롭다. 이상춘·이관옥씨가 오랜 침묵을 깨고 무대에 섰고, 첼리스트 전봉초씨가 금년에도 꾸준한 정진을 보여주었다.
이탈리아에서 귀국하여 독창회를 가진 소프라노 정경순양이 호평이었고 스웨덴에서 활약하는 바이얼리니스트 이희춘씨의 모국방문연주도 훌륭했다.
그러나 67년 악단의 히로인은 피아니스트 신수정양(25세). 음악계의 지도적인 인사들은 이 젊은 피아니스트에게 아낌없이 격찬을 보낸다. 12월6일의 공연은 「67년 최고의 연주」였고 세계적인 무대로 뻗어나갈 것이 틀림없다는 것이 그녀에 대한 일치된 평가다. 그는 66년 오스트리아의 빈·아카데미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국제 베토벤·콩쿠르, 빈·아카데미·스테파노·콩쿠르 등에서 영예의 입상을 했고 브람스·홀에서 연주회를 갖는 등 음악의 본고장에서도 뛰어난 평가를 받은바 있다. 신양은 조심스럽게 말한다.
『우리 나라의 음악교육열 특히 피아노 열은 외국에서 별로 볼 수 없을 만큼 높아요. 그런데 인간교육이랄까 기초적인 교양면에서 너무 소홀하지 않나 느꼈어요. 훌륭한 예술은 훌륭한 인격에서 우러나오는 것일텐데….』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우리민족의 음악적 재질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았다고 하며 한국음악의 장래를 밝게 내다보았다. <추천한 분들-임원식 김만복 박용구 이인범 안용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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