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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봐서라도 관대히|"여생을 조국에 이바지 할 기회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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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 형사 지법 합의 3부(재판장 김영준 부장판사)는 9일 「동백림을 거점으로 한 북괴의 대 남적화 공작단 사건」12회 공판을 열고 변호인단의 변론과 피고인들의 최후진술을 들은 다음 오는 13일 상오10시 선고공판을 열기로 했다.
재판부는 이날 하오6시 45분까지 34명에 달하는 관련 피고인들의 최후진술을 들었는데 피고인들 모두가 『일시적인 잘못으로 법정에 서게 된 것을 조국과 국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재생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관대한 처분을 내려 준다면 여생을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울 먹였다.
특히 부부 피고인들의 경우는 남편은 아내를 가정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관대한 처분을 호소했으며 아내는 남편의 재능을 살리기 위해서 남편의 벌까지 대신 받겠다고 「법의 자비」를 눈물로 호소했다.
피고인들의 최후 진술내용은 다음과 같다.
▲윤이상= 아내 이수자 피고인은 이 세상에서 단 하나의 은인이다. 이 사건에 아내는 죄가 없다. 내가 남긴 작품의 세계 자유 우방국가에서 공연되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작품이라는 것을 생각해서라도 간접의 죄를 벗겨주기 바란다.
▲이수자(윤 피고처)= 병든 남편이 한 작품이라도 많이 남기도록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 이 작품들은 장차 우리나라의 보배다.
▲정하룡= 한때 내 마은 속에는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가 도사리고 있었으나 「메피스토펠레스」는 이제 없다. 법의 엄정한 심판을 달게 받겠다.
▲이순자(정 피고처)= 남편이 간첩이라는 기막힌 죄명만은 벗겨달라. 지금까지의 노력에 대한 결실을 조국을 위해서 봉사할 수 있도록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
▲조영수=한번 잘못된 실수인데 인간이 되게 해달라. 처 김옥희 피고인은 내게 맹종했을 뿐이다.
▲김옥희(조 피고 처)= 남편이 공산지역에 갈 때 말리지 못한 것이 한이 된다.
▲최정길= 부모에게 잘못을 사죄하는 어린아이에게 죽어야 한다고 하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주 나를 박대하시면 내 어디 가리까? 이 죄인 사죄하는 마음으로 주 앞에 섰으니 용서 해 주십시오.
▲정규명= 다 하지 못한 학문·인생. 미완성으로 끝나게 된 것이 유감이다.
▲강혜순(정 피고 처)= 내가 납북된 오빠 소식을 알고 싶어한 것이 남편이 죄를 짓게 된 것이다.
▲이응로= 내 생명은 그림 그리는 것 밖에 없다. 여생을 기술을 발휘할 수 있도록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
▲박인경= (이 피고 처)= 세상 사람이 모두 오해를 해도 나만은 남편이 간첩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다. 외국에서의 활동에 대해 상을 못 주시지만 무기 징역은 너무하다.
▲주석균= 북괴의 지령을 받고 활동했다는 점만은 기록을 잘 검토하시어 흑백을 가려주시면 죽은 후에라도 눈을 감을 수 있겠다.
▲강빈구= 반공국 시를 나만큼 절실하게 아는 사람도 없다. 귀국 후 처와 함께 조국을 위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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