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도 문어발 무상보육비 따내 운영비 돌려막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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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어린이집 여러 개를 문어발식 기업형으로 운영하는 행태가 어린이집 불법·부실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무상보육 확대로 지원 예산이 대폭 늘면서 어린이집이 영리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동구 A어린이집 원장 C씨(52·여)는 네 개의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보육교사 강미영(33·가명)씨는 “C씨가 운영하는 어린이집 중 ‘서울형 어린이집’이 있는데, 이곳에 지원되는 시 보조금을 빼 다른 어린이집 운영비로 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돌려막기 식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다. 강씨는 “보육교사들이 여러 어린이집의 잡무에 동원되느라 아이들에게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C씨는 국고보조금 등 어린이집 공금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에서 어린이집 5개를 운영 중인 현직 구의원(52·여)도 지난 2년간 보육료와 특별활동비 등 공금 2억여원을 빼돌린 혐의가 포착돼 송파경찰서가 수사 중이다. 2~5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 지역 한 민간어린이집연합회 일부 임원도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다수의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이유는 보조금을 빼먹기에 유리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고 어린이집 간 보육교사를 허위로 등록하는 등의 불법 행위가 용이하기 때문”이라며 “한 사람이 운영할 수 있는 어린이집 수를 제한하는 등 대책 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2개 이상의 민간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사람은 2230명이고, 이 중 7개까지 운영하는 사람이 2명이다. 서울에서 어린이집을 2개 운영하는 사람은 447명, 3개 42명, 4개 4명, 5개 4명이었다.  

탐사팀=고성표·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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