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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300만원에 가짜 교사자격증 알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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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어린이집에서 아동 학대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속출하면서 보육교사의 자질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돈으로 허위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낸 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실태가 드러났다.

일부 어린이집 원장이 정식 교사가 아닌 보육 도우미 등을 꾀어 자격증을 받게 해주겠다며 건당 수백만원씩을 받고 이런 불법을 부추기고 있다. 이들을 자신의 어린이집 정식 보육교사로 등록시켜 국고보조금을 더 타내려는 목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보육교사는 “얼마 전까지 근무하던 서울 모 어린이집 원장의 권유로 300만원을 주고 허위로 자격증을 땄다”며 “원장이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해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송파경찰서는 보건복지부 위탁교육 기관인 경남 지역 한 보육교사교육원 원장 A씨가 수십 명으로부터 200만~300만원을 받고 수강증명서를 발행해 허위 자격증을 취득하게 해준 혐의를 잡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불법에 가담한 이들은 전직 대학교수와 어린이집 원장, 민간어린이집 연합회 전·현직 간부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역할이 각각 자격증 발급책, 교육생 모집책, 알선책 등으로 나뉘어 있을 정도로 자격증 거래시장까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2년제 이상 대학에서 보육 관련 학과나 가정학과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또 복지부가 위탁한 보육교사교육원에서 1년간 38과목(975시간)을 이수하고 한 달간의 실습을 거치면 한국보육진흥원에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전국에는 72개의 위탁교육원이 있다. 문제는 위탁교육 과정이 투명하게 운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찰 수사 결과 문제의 교육원은 학생 등록 명단, 입학 원서, 시험 성적, 출석부, 실습대장 등 관련 서류가 보관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위탁교육원 원장이 얼마든지 서류를 위조해 수료증을 허위 발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송파서 관계자는 “경남 지역뿐 아니라 전국의 다른 위탁교육원도 비슷한 불법 행위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복지부와 지자체가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탐사팀=고성표·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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