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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 세계일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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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음식이 인간과 풍토와 민족성에 큰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그 지역의 생활과 문화를
형성하는데도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이다. 명절은 흩어졌던 가족이 함께 모이고 가족이 모이면 음식이 따르게 마련이다. 세모와 신년을 앞두고 각 나라의 특징 있고 자랑스런 음식이야기를 나라 주부들을 통해 들어보기로 한다.
세모가 되면 사람들은 「센티멘틀」해진다. 그윽한 향수 같은 것이 다가오는 것이다.
고향을 떠나온 이방인에게는 더구나 온 가족이 모인 가운데 정성껏 차려진 식탁이 따뜻한 연상으로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손에 익혀진 그릇들, 가벼운 흥분마저 주는 음식의 미각들…。 그것은 단순한 욕구를 넘어선 애정의 경지다.
영하의 날씨, 어수선한 사무실에서 고향의 음식을 얘기하는 주한 불란서대사「샹바르」씨의 비서 「마담」「자닌느·장」은 도취하 듯「프랑스」음식 얘기를 꺼낸다.
서양요리라면 미국·이태리·불란서 등 그 나라의 특징을 구별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고 이야기한다. 불란서 식탁은 화려하게 벌이는 장식적인 분위기보다는 의외로 실용적이고 푸짐하다. 또 그들은 굉장히 고기를 좋아한다.
손님 접대를 위해「갈릭」(마늘종류)을 넣고「버터」로 구운 양고기 요리에「그래뷔」라는 고기「주스」와「프랜치·포테이터」와「갈릭」을 섞어만든 강낭콩 요리를 곁들인다.

<일급요리 말고기>
「크리스머스」를 앞둔 지금쯤은 검은 버섯, 간을 반죽하여 밤을 넣은 칠면조요리, 「스테이크·아쉐트셔발」이란 말고기 요리―「햄버그」식으로 만들고 마늘을 많이 넣은 영양이 풍부한 음식이다. 그들의 고급음식은 말·양·칠면조로「메뉴」를 짠다.
축제와 성찬의 계절, 겨울에는 고기요리 외에 「포토훼」라는「수프」가 일미라고 한다. 골수뼈를 2∼3시간 끊여 가지고 갖은 채소·홍당무·「터닙스」양파와「드라이빈」을 넣어 걀쭉하게 만든 것이며 추위를 이기게 하는 음식이라고 웃어 보인다.
칠면조 요리는 시원한 「샐러드」와 「마요네즈」로 양념한 생선을 곁들여 먹는다.
생선요리는 흰 포도주, 고기요리는 붉은 포도주를 맞추는 것은 그 나라 식탁의 상식이다. 보통 하루 6、7개 종류의 포도주를 맛 본다고 한다.
『포도주가 없는 날은 대양이 없는 날과 같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마신다.
그들의 쾌활하고 낭만적인 감정이 기분 좋게 혓속에서 구르는 포도주 덕인지 모른다. 그 외「크리스머스·케이크」「부셔·드·노엘」(장식모양)이 특별히 준비된다. 「프랑스」의 빵. 바싹 굽지만 새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들의 빵은 과자 맛과 같다. 아이들이 즐겨 먹는 껍질이 얇은 과자「구티」나「크로와상」도 깔끔한 음식이다.
「프랑스」인은 아침을 가볍게 하지만, 점심은「오드볼」요리로 돼지고기·고일·콩 ·버섯으로 만든 「사그트리」나「프랜치포테이터」와 「샐러드」로 마음껏 만복을 즐긴다. 「샐러드」는 미국인처럼 여러 양념을 치지 않고 기름과 시큼한「비니가」를 쓴다.

<치즈만 2백 여종>
「프랑스」인의 구미 속에 「치즈」를 빼놓을 수 없다.
『시골에 가면 약 2백40가지의「치즈」맛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음식』이라고 한다. 「치즈」만드는 솜씨는 우리 주부가 고추장 담는 것이나 다름없이 대중화 되어있다.
「마담·장」은 「디저트」로 내 놓는 밀가루 과자「페이스트리」의 맛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너무나 그 맛이 오묘하고 독특해서「프랑스」에 가야만 맛 볼 수 있는 것이라 사뭇 서운한 표정이다.
그들 요리는 양념과 향료를 많이 쓴다. 특히 마늘종류인「갈릭」을 굉장히 많이 쓰지만 원시적인게 아니므로 냄새가 나지 않고 「베이」나무와「침」나무에 따온 향료는 입맛을 돋우어준다.

<양념을 많이 사용>
푸른 해안의 도시 남불에서는 기름과 양념을 많이 쓴다. 기후가 따뜻한 지방 음식이 자극적인게 통례이다. 「리용」등 중부지방의 포도주산지는 온 마을에 포도주의 향기가 그윽하고「크라레」「소테르느」등의 세계적인 포도주를 만들고 마시고 즐긴다. 서부지방의 「치즈밀크」등 낙농업 음식, 「파리」의 「스테이크」와「프랜치·파이」. 이처럼 각 지방마다 특성 있는 미각이었다. 어느「프랑스」주부이건 자기집안「메뉴」를 지키려고 애를 쓴다. 특히 주말이면 그들은 즐거운 식탁을 마련한다. 『「다이어트」가 여성에게 필요하지만 이방인이 고향에 가게되면「다이어트」는 까맣게 잊을 것』이라고 마치「마담·장」은 무슨 명작이라도 얘기하듯이 문학적인 어휘들을 구사하며 모국의 향수를 미각의 추억으로 달래고 있었다.<김정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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