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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채소는 꼭 씻은 뒤 먹어야 농산물 간주, 유통기한 표시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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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경기도 고양시 상탄초등학교 영양교사 김윤실씨가 2일 고양의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코너에서 새싹채소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상선 기자]

경기도 고양시 상탄초등학교 영양교사 김윤실(41)씨는 비빔밥용 새싹채소를 구입하기 위해 지난달 말 대형마트를 찾았다. 무싹·유채싹 등이 폴리에틸렌 용기에 담겨 있어 깔끔해 보였다. 포장 라벨에서 유통기한과 영양성분표를 찾았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왜 그럴까.

 새싹채소는 떡잎 상태의 아기채소다. 다 자란 채소에 비해 비타민·미네랄 함량이 서너 배에 달하는 고(高)영양 식품이다. 하지만 습기가 차고 따뜻한 곳에서 재배돼 세균이 잘 자랄 수 있다. 대개 날것으로 먹지만 가열 처리가 불가능해 식중독균 등에 오염될 수 있다는 게 약점이다.

 질문에 답하기 위해 새싹채소가 식품(신선편의식품)과 농산물 중 어디에 속하는지부터 확인했다. 식품이라면 유통기한·영양성분표 등을 표시해야 하고 세균 수 허용 기준이 있다.

반면에 농산물은 이런 제한이 없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식품의 기준·규격이 명시된 식품공전(食品公典, 식품의약품안전처 발간)에 따르면 신선편의식품은 농·임산물을 세척·박피·절단 또는 세절(細切, 가늘게 자름) 등의 가공 공정을 거치거나 여기에 단순히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가한 것으로서 그대로 섭취할 수 있는 샐러드·새싹채소 등이다. 식약처 황인균 식품기준과장은 “새싹채소가 용기에 포장된 상태로 판매돼 구입 후 바로 먹을 수 있으면 신선편의식품, 사서 바로 먹을 수 없으면 농산물로 분류한다”고 말했다. 바로 먹을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신선편의식품과 농산물로 나뉘는 것이다.

 국내 재배업체는 새싹채소를 용기에 담아 판매하고 있지만 신선편의식품이 아닌 농산물로 관리한다. 새싹채소업체인 미래원의 성명기 품질관리팀장은 “농산물로 관리하기 때문에 새싹채소 용기에 ‘세척 후 드시기 바랍니다’라는 표시를 해서 출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고른 새싹채소는 제조업자들이 농산물로 간주해 유통기한을 표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식품생명공학전공 유상렬 교수는 “현재의 새싹채소 분류법은 식품안전 당국과 재배업체가 서로 유리한 쪽으로 해석이 가능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이라며 “보다 분명한 분류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중앙일보 취재팀은 지난달 경기도 성남시의 대형마트 두 곳에서 시판하는 무싹·메밀싹·혼합싹 등 새싹채소 3종(각각 2개)에 대한 세균 검사를 가천대 식품생물공학과 이영덕 교수팀에 의뢰했다. 일반세균·대장균·황색포도상구균 등 여섯 가지 세균 검사를 식약처의 공인 검사법에 따라 실시한 결과 일반세균이 g당 470만 마리(메밀싹)~1800만 마리(혼합싹)가 검출됐다. 대장균은 혼합싹·무싹에서 각각 g당 300마리·200마리가 나왔다. 농산물이라면 법적으로 별다른 세균 제한 기준이 없다. 그러나 새싹채소를 신선편의식품으로 본다면 대장균 허용 기준(g당 10마리 이하)을 20배 이상 초과한 것이다. 가천대 식품생물공학과 박종현 교수는 “새싹채소를 농산물로 보더라도 업체들이 염소가 함유된 물로 씨앗을 소독하는 등 세균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싹채소로 인한 식중독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면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어야 한다. 집에서 새싹채소를 길러서 먹을 때도 잘 씻어야 한다. 가천대팀의 조사에서 일반세균 수가 g당 1800만 마리나 검출됐던 혼합싹을 흐르는 물에 1분간 세척했더니 세균 수가 g당 10만~100만 마리로 줄었다. 또 물 9컵에 식초 1컵을 넣은 물에 새싹채소를 10분가량 담갔다가 헹궈서 먹는 식초살균법도 있다.

글=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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