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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생의 길은 멀다|영 파운드 화 평가절하의 앞 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활로찾는 대 수술>
따라서 근본적으로 공급력을 확대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시간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윌슨」수상은 이렇듯 불가피했던 평가절하를 통해「디플레」정책을 강행하려는 것이며 그 일환으로 중앙은행 재할인 비율 8%가 나왔다. 재할인 비율은 57년에 이미 7%로 인상된 일이 있으나 국제 금리수준과 비겨 7%로는 별반 실효가 없고 또 미연방 준비이사회의장은 내년에 증세를 않는다면 미국의 금리가 7내지 8%로 된다고 말한 일도 있기 때문이다.
평가절하 비율을 14·3%에 멈춘 것은 절하의 영향이 각국에 파급, 전면적인 환율조정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영국정부로서는 절하를 단행한 이상 그 효과를 활용하여 영국경제를 수출주도형으로 몰고 갈 생각이며 국방비, 환부금, 수출장려금 및 기타 등 도합 4억「파운드」이상의 공공지출을 삭감하고 법인세율을 인상하며, 임금상승을 막아 전반적인 국내 소비수요를 억제함으로써 국내물가상승이 최소한도에 그치게 하여 수출증가를 뒷받침할 결심이다.
그 결과로 자동차 화학제품 직유 등의 경쟁력을 강화, 이룰 수출로 들려 연간 5억「파운드」의 국제수지를 개선하려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영국경제가 재건의 실마리를 찾게된다면 평가절하가 반드시「마이너스」라고만 볼 수도 없다.
그러나 절하의 이점을 지연시키려면 극히 강력한 정치력이 필요하다. 먼저 절하에 의해 수입물자 특히 5할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식량가격이 상승하여 생계비에 주름살이 미친다.
절하에서 예상되는 생계비 상승비율은 2내지 3%로 추정되며 이것이 임금인상의 압력으로 작용하면 14·3%정도의 절하로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절하에 의한 영국산업의 경쟁력이 바탕을 잃게될 우려가 있다.
49년에 30%절하를 통해 얻었던 이점이 불과 1년 반에 무산해버렸다는 전문가의 평가와 관련하여 이러한 전례가 되풀이 될 것인가의 여부는「윌슨」수상의 정치력에 의존하는바 큰데 그러한 지도력을 의문시하는 편도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이번「파운드」절하는 1억 「파운드」의 국방비삭감이 병행된 것에서도 명백해진 것처럼 영국의 경치·경제적인 국력이 후퇴한 것을 추인하는 조치이기도 하다.

<파문은 멀리멀리>
그러면 이번 일을 계기로「파운드」불안의 시대가 불화 불안의 계절로 변해갈 것인가?
불란서가 이제껏「파운드」에 대한 공세에 주력했던 것을 보면 이제부터는「파운드」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저하될 것이기 때문에 불화가 불란서의 공격의 대상이 될 것은 뻔한 노릇.
이번의 사태로 불화가 당장 같이 평가절하 되지는 않았지만 다음 차례는 불화라는 추상들은 나올 수도 있다.
「유로·달러」(Euro Dollar=금리 차를 따라서 국제적인 이동을 하는 구주계 불화)는 서서 등에 흘러갈 것이고 재할 비율이 8%로 인상되었기 때문에 영국으로도 들어가겠지만 그이동량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유로·달러」에 의지하고있는 나라들이(예 일본) 국제수지 상「밸런스」를 유지하기가 힘들게 될 것도 쉽게 예견할 수 있다.
서독을 제외한 서구, 특히 불란서, 서서 등은 소유 불화를 태금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고 미국에 대해 그 요구를 강력히 제기할 공산도 크다.
즉 영국을 구제하기 위해 지출된 불화가 서구에 들어가 다시 미국에 대해 금으로 태환하려는 압력으로 되돌아오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
불란서의 공세에 직면할 불화는 그 차례가 월남전-국제수지의 악화로 힘이 약해져있고 때문에 이번의「파운드」의 평가절하는「파운드」만의 문제가 아니며 또 일시적인 문제도 아니어서 전후 20년의 국제통화체제에 상당기간 후유증을 남길 듯.
불화와「파운드」화의「원군」으로 창설된 IMF의 신 준비자산이 아직 2년 후의 일이고 보면 지원 없이 기울어진 체제를 고쳐나가야 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압력이 불화에 집중되게 마련이고 이것이 바로 불화 불안의 시대가 앞으로 닥쳐오리라는 전망의 근거.
또 한편으로는 상대적으로 저하된 국제통화로서의「파운드」가 국제무역의 결제수단으로서도 점점 그 이용도가 작아질(일본의 경우 대 중공무역거래의 결제를「프랑」으로 할 움직임) 전망이다.
그렇게될 경우 국제유동성의 부족현장이 닥칠 우려도 있는 것.
미국은 대응조치로서 가급적이면 불화를 금으로 바꿔가지 말도록 각국에 요구할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자국의 국제수지의 개선에 대한 노력으로 수입제한강화, 해외투자의 제한, 원조의 감소, 즉 불화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온갖 자위수단을 취하게 될는지 모른다.
이와 같이 볼 때 체제의 붕괴를 막기 위한 최소한도의 국제협조가 어느 선에서 이루어 질 것인지가 관건이 된다.
서구제국이 가혹한 조건부로 협조를 하게될 경우 미국자신은 종래와 같은 세계정책을 그대로 계속할 수도 없을 것이고 더욱 고립적인 색채가 경제정책에 나을듯하다. 그것은 또 IMF체제에도 기본적인 영향을 주어 너무나도 미국적이었던 것이 세계적인 체제로 옮겨갈는지도 모른다.
전후 국제정치사회를 양분화 해왔던 냉전시대가 가고 다원화한 것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제적 측면으로도 구현되기 시작했다고 본다면 전전엔 파운드, 전후엔 불의 지배로써 유지되어온 질서에 이젠 프랑,「마르크」등이 끼어 들어 다원화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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