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악의 유혈선거|민주헌정 뒤흔든 필리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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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마르코스」정부가 치른 「필리핀」의 이번 중간선거는 선거기간중 백7명이 죽고 90명이 부상하는등 유혈과 폭력 및 불법으로 얼룩져 이나라 건국이래 가장 피비린내나는 기록을 남겼다.
8명의 상원의원과 65명의 지사를 포함, 1만4천57명의 각종 지방관리를 선출하는 「필리핀」선거는 14일상오7시 전국적으로 일제히 개시, 이날 하오6시에 끝났는데 약7백50만의 유권자중 80%가 투표에 참가했다.
개표결과는 2, 3일후에야 대세가 판명되겠지만 「필리핀」의정사상 가장많은 희생자를 냈다는 점에서 「마르코스」정부는 민주헌정에 오점을 남겼다는 불명예를 지니게 되었다.
1만4천57개의 선거직을 쟁탈하기 위해 약4만2천8백59명의 입후보자가 난립한 이번선거는 당초부터 그 치열상을 예상케 하여, 중앙선위는 군대까지 동원, 치안에 힘썼으나 허탕이었다.
「필리핀」선거는 1946년7월 미국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여러번 치렀는데도 지금껏 정치적「테러」와 인명살상속에서 이루어지는 폭력과 불법의 난무대이다.
현「마르코스」대통령도 선거때 상대방을 저격하여 선거사범으로 옥살이를 한 전과자(?)인 것이다.
한 통계에 의한 대통령선거에서 평균 20명의 희생자를 낳고있는 것이다. 「필리핀」경찰은 투표일인 14일 하루에 선거와 관련되어 7명이 죽고 12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민주선거가 아니라 황금을 놓고 싸우는 「갱」들의 총격전같은 느낌마저 주는 분위기라 하겠다.
「후안·보라」선관위장은 기자들에게 『폭력사태가 있을것으로 보고 대비태세를 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고 말했을 정도이다. 이번 선거의 유혈사태는 특히 야당적 성격을 띤 19개주의 13개도시와 4백67개의 지방자치시에서 심했던 것으로 미루어보아 무엇인가 짐작케 하는 것이 있다.
첫공식개표결과에 의하면 「마르코스」대통령이 영도하는 국민당이 우세를 보이고 있으나 사상최고의 희생자를 낸 피묻은 선거이고보면 자유민주주의를 헌정으로 하는 「필리핀」으로서는 국제사회에서 떳떳한 얼굴을 하고 행세할 수 없을 것 같다.<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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