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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아파트 값 떨어졌지만 … 보유세 오를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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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42)씨는 해마다 7월과 9월이 돌아오면 마음이 무겁다. 가뜩이나 빤한 봉급생활자의 주머니 사정이 주택분 재산세를 내느라 더욱 빠듯해지는 때여서다. 1가구1주택으로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김씨는 지난해 재산세로 110만원을 냈다. 7월과 9월에 재산세의 절반씩 내고 나면 그달의 가계부는 적자를 면키 어렵다.

 그나마 김씨는 부인과 맞벌이를 해 사정이 나은 편이다. 가까운 곳에서 사는 70대 부모에겐 ‘답’이 보이지 않는다. 부모는 20년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집 한 채를 재산으로 갖고 있다. 현재 소득은 월 60만원 수준의 국민연금뿐이다. 하지만 매년 7월과 9월이면 어김없이 70만원대의 재산세를 내라는 고지서가 날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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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씨는 “부동산 중개업소에 물어보면 집값은 떨어졌다고 하는데 재산세는 한 번도 내린 적이 없다”며 “재산세를 내는 달에는 솔직히 점심 메뉴를 정하는 것부터 고민스럽다”고 털어놨다.

 김씨 같은 수도권 아파트 보유자들에게 희소식이 나왔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매길 때 기준이 되는 아파트 공시가격의 하락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1일을 기준으로 한 공동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주택 등) 1092만 가구의 공시가격이 1년 전보다 평균 4.1%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아파트 공시가격이 떨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받았던 2009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공시가격이 평균 4.3% 올랐다.

 지역별로는 서울(-6.8%)·인천(-6.7%)·경기(-5.6%) 등 수도권의 하락폭이 컸다. 서울에서도 가장 하락폭이 큰 동네는 강남구(-11.6%)와 강동구(-10.7%)였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재건축 추진단지의 사업이 지지부진한 데다 가까운 곳에서 공공 택지개발 사업을 진행 중인 것이 영향을 줬다고 국토부는 분석했다. 은마아파트 2층 전용면적 76.79㎡짜리의 공시가격은 올해 5억1600만원을 기록했다. 2010년(7억1200만원)을 정점으로 3년 연속 하락세다. 지난해보다는 1억1500만원(18%)이나 떨어졌다.

 경기도에선 과천시(-13.1%), 용인시 수지구(-11.4%)와 기흥구(-10.4%)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과천의 경우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이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한 것이 집값 하락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세종시에선 공시가격이 8.9%나 뛰어올라 전국 17개 시·도 중 1위였다. 5대 지방 광역시 중 울산(6.5%)·대구(5.4%)·광주(2.8%)에선 아파트 공시가격이 올랐지만 부산(-2.7%)·대전(-1.4%)에선 내렸다.

 문제는 아파트 보유자들이 내야 하는 세금이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자연히 주택 보유세(재산세·종부세)도 인상된다. 하지만 공시가격이 내린다고 같은 비율로 보유세가 내리는 것은 아니다. 거꾸로 보유세가 오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처럼 납세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세부담 상한선’이란 제도 때문이다. 전년 대비 5~30%라는 상한선을 정하고 이 범위 안에서만 세금을 올려받는 제도다. 주식시장에서 특정 종목의 주가가 지나치게 급등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인 ‘상한가’와 비슷하다.

 예컨대 A아파트의 공시가격이 지난해 10% 올랐고 올해는 2% 떨어졌다고 하자. 만일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3억원 이하라면 지난해에는 5%의 세부담 상한선이 적용됐다. 5%를 초과한 재산세 인상분은 올해부터 재산세에 반영된다. 따라서 올해는 공시가격이 떨어졌어도 재산세는 소폭 인상된다. 세부담 상한선은 공시가격 3억원 초과~6억원 이하는 10%, 6억원 초과는 30%다.

 김씨의 부모처럼 집은 갖고 있지만 소득이 적어서 고민인 ‘하우스푸어’라면 다음 달 도입되는 ‘희망 임대주택 리츠(부동산투자회사)’에 집을 파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 집을 팔고 나서도 최장 5년간 같은 집에 살 수 있게 보장하는 제도다. 5년 뒤에 원소유자가 원한다면 집을 되살 수도 있다.

 국토부는 다음 달 초 1500억원 규모의 임대주택 리츠의 영업을 인가해 하우스푸어가 보유한 주택 500가구를 사들일 계획이라고 29일 밝혔다. 임대주택 리츠가 살 때 집값은 역경매 방식이 적용된다. 가격을 적게 써내는 순서대로 하우스푸어의 집을 사들인다는 의미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시세보다는 집값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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