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 문학계에 스미는 「자유의 물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혁명50주년을 맞는 소련은「문학재판」으로 그들의 축제를 더욱 흥겹게(?)하리라는 소문이다. 어디까지나「소문」이니까 진.부는 더 두고봐야 알겠지만,「소련지식인의 반권투쟁」을 주시해온 사람들은 심상찮은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1956년「호루시초프」의「스탈린」비판을 발단으로 동구공산권을 뒤흔들어 놓은 반「스탈린」주의의 물결은「폴란드」에서의「고물카」정변과「헝가리」의 반체제혁명을 일으켰는데 이들 움직임의 선봉장 역할은 민주주의적 자유를 요구하고 예술활동을 당통제의 속박에서 해방 시키려는 진보적인 작가들이 맡아했다. 소련에서도「호구시초프」의「스탈린」비판후 가장 신랄하게「스탈린」주의를 공격한 것은 작가군이었다.
동구의 동료들에 비하면 소련작가들은 훨씬 온건했지마는, 그래도「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미명하게 행해지는 문학의 선전문서화에 저항하고, 당의 통제를 반대하고 창작활동과 발표의 자유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같은 과정에서 소련문학계는 당문화통제 밑에서 관료화한 보수적인 어용작가군과 문학예술을 당정치의 옥사에서 해방시키려는 반역적인 작가군으로 분열했다. 그래서 이른바 후자의 좌익작가들은 당의 탄압과 우익작가군을 상대로 양면 작전을 전개, 만난을 무릅쓰고 창작활동을 계속했다.
특히 소련문학계의 진보적인 중견층을 대표하는「안드레이.시냐프스키」와「유리.다니엘」의 두사람은 각기「아브람.델츠」와「니콜라이.알자크」라는 필명으로 남몰래 반「스탈린」주의적인 문예작품을 외국으로 수출, 작품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이사건이 비밀경찰에 탐지되어 1965년 가울 두사람은 체포되고 다음해 재판에서「시냐프스키」는 중노동7년,「다니엘」에게는 5년형이 선고됐다. 이 소련작가재판은 서방세계의 문화인들로부터 날카로운 비난을 받는등 대외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켜 좌익작가를 비롯한 소련지식인 들에게준 충격은 강했다.「크렘린」당국은 작가재판을 통해 반항적인 좌익작가들에게 겁주려고 했던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만 셈이됐다.
이같은 정세밑에서 금년5월에 열린 제4회 소련작가대회는 소련작가동맹 사무국의 사전배려로 그런대로 큰소동없이 막을 내렸다. 그러나 불협화음속의 폭탄은 드디어 터지고 말았다.
북부「시베리아」의 강제수용소에서「스탈린」주의 숙청의 희생자가된 사람들의 생활을「이완.데니소비치의 하루」란 작품으로 폭로한 일이 있는「알렉산드르.솔제니친」이「공개장」을제출, 상금도 소련에서 행해지고 있는「스탈린」주의적 검열과 반「스탈린」주의작가에 대한 비열하기 짝이없는 박해를 비난했던 것. 물론 이「공개장」이「크렘린」에의해 공개되지는 안했지만 공개장의 복사물은 소련지식인의 손에서 손으로 옮겨져 널리 읽혀졌다 이공개장의 외국에도 커다란 충격을 주었었다.
그리고 금년봄「러시아」문학의 귀조라고도 할 시성「프쉬킨」의 동상밑에서「시냐프스키」와「다니엘」두작가의 즉시 석방을 요구, 무언「메모」를하던 주모자「울라디미르.브코프스키」는8월30일 비공개 재판에서「반 소선전」의 죄명으로 3년형을 선고 받았다. 그리고「시냐프스키」와「다니엘」의 재판을 비판한「백서」를 비밀리에 인쇄한 지하문예지「페닉스」(불사조)의 편집책임자「유리.가란스코프」와「알렉세이.도브로월스키」도 체포되어 단죄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소련의 자유주의적 경향을 띤 작가들은 외국에다 작품을 발표할뿐 아니라 비합법적인 지하잡지를 발간, 검열제도에 항의함과 동시에 그들의「발표의 자유」를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하시대의 소련공산당이 지하출판물로 그들의 투쟁을 전개해온 주제에, 권력을 쥔 오늘날 자유억압을 위해 문학재판을 한다는 것은 역사의「아이러니」도 이만저만이 아니다.<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