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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재에 답한다 장리욱·곽상훈씨의 소론을 읽고-신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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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주의란 글자그대로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체제이기 때문에 국민은 나라의 주인으로서의 자각·책임감·용기 그리고 양식을 갖추어야된다. 우리나라는 민주헌정을 시작한지 이제 불과 20년. 그런 점에서 아직도 정치적 후진국으로서 약점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민주정치의 장래를 비관하는 것은 성급한 얘기며 또 앞으로 20년, 30년 후 국민의 민주 시민적 자각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도 옳지 못한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민주적 자각이 아직 충분히 성숙되지 않은 까닭에 더욱 지도층의 책임은 무거운 것이다. 지도층에 있는 사람은 확고한 민주신념과 애국심에 투철, 국민의 민주 시민적 성장을 촉구하는데 더욱 힘을 기울여야한다.

<지도층 책임 막중>
지도적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한국의 민주주의적 후진성을 악용치 않고 국민의 민주적 성숙을 가져오도록 전력을 기울인다면 나는 반드시 빠른 시일 안에 우리나라의 민주정치가 성숙단계에 들어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우리나라 정치풍토에 있는 개선되어야 할 점이 너무도 많다. 흔히들 야당의 체질개선에 공격의 화살을 많이 퍼붓지만 야당의 체질개선에 선행되어야할 절대조건은 집권층의 자세문제라고 생각한다. 집권자들이 국민의 민주적 후진성을 악용, 관권을 함부로 남용한다면 우리나라 민주정치발전의 길을 완전히 막는 폭거라고 아니할 수 없다. 집권자의 권력남용에 대해서는 정치적·법적 제재에 앞서 준엄한 윤리적 제재가 가해져야 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에서는 근거가 없는 풍설을 유포, 그것을 통해 자당 혹은 자파의 이익을 얻으려는 일이 성행해왔다.
집적적으로는 지난 몇 햇 동안 집권당이 「정보정치」라는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통치기술을 삼아왔다는 것이 그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겠다.

<권력남용 없어야>
이는 근본적으로 민족의 후진성과 책임감의 박약 및 상호불신 풍조에 기인하는 것으로 이러한 약점을 일조일석에 없앨 수는 없겠지만 그러니 만큼 지도층인사들의 자각과 선도가 더한층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민주정치는 물론 모든 사람이 자기·자당·자파의 이익 및 주장을 펴는 가운데 그 이해관계가 상호 조정되고 조절됨으로써 구현되겠지만 그 주장하는 「이익」이 얼마나 보편타당성을 갖고 전체를 전제한 것이냐에, 가치판단의 요소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정치를 만개시키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자기 이익을 주장할 때 자기 개인보다는 당, 당보다는 국가의 이익이 앞서야 한다는 자각을 가져야하겠다. 우리 신민당의 투쟁자세를 놓고 미흡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로는 우선 정부·여당이 그들의 이익이나 체면을 생각하기에 앞서 국가의 장래, 국가의 이익에 대해 더 무거운 관심을 기울이는 자세가 크게 아쉽다.
나라가 잘되기 위해서는 정권을 내 놓아도 좋다는 각오를 왜 가질 수 없겠는가? 그러한 각오만 선다면 우리나라 민주정치의 장래는 밝을 것을-.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것은 정치에 실망했다는 말이 되겠는데 민주정치란 본질적으로 다양 복잡한 것이어서 하루아침에 눈에 번쩍 띄는 성과를 얻기란 어려운 일이다.
6·8 총선거를 치른 후 정국은 완전히 교착상태에 빠졌다. 신민당이 등원을 않고 있는데 대해서 우리를 나무라는 비판이 일부 있음을 안다. 신민당은 의원등록을 거부하고 등원을 거부하고 있지만 가장 올바른 「부정」시정의 방법으로 원내 투쟁의 의의를 부인한 일은 없다. 다만 원내 투쟁을 하기 위한 발판을 바로 세우고 굳게 하자는 데 신민당의 투쟁목표가 있는 것이다. 내가 보는 바로는 6·8 선거와 같은 선거를 앞으로 또 치른다면 선거의 의의는 없다. 우리의 투쟁은 6·8 부정선거의 시정뿐 아니라 앞으로 이 땅에서 의의있는 관철을 위한 투쟁인 것이다.

<시정 못하면 암담>
물론 예산안도 중요하고 국민을 궁핍으로 몰아 넣는 세제개혁안의 심의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쟁취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민주기본질서의 확립」이란 목표에 비하면 오히려 일상문제에 불과한 것이며 우리의 투쟁이 성과를 거두어야만 비로서 여타의 문제를 다루는 원내투쟁의 의의도 부여되는 것이다.
6·8 선거의 결과를 시정하지 못하고 등원하면 국민들에게 『선거란 무슨 짓을 해서든지 이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구나』하는 확신을 넣어주는 결과가 되며 따라서 민주주의의 장래는 아주 막히게 되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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