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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임원 보수 공개, 어떻게 봐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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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이달 초 국회 정무위는 연봉 5억원 범위 내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금액 이상을 받는 등기임원별 보수를 공시항목에 포함토록 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 본회의에서의 처리를 남겨 둔 가운데 “경영 투명성 차원에서 미국·영국 등에선 이미 시행 중인 제도”란 주장과 “연봉 하향 평준화 등 부작용이 더 클 것”이란 반박이 엇갈린다. 두 갈래 목소리를 들어봤다.


정당한 대가 받는 사회 선도할 것

박민식
새누리당
부산 북-강서갑 의원

2011년 초 이대호 선수의 연봉협상을 놓고 야구팬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구단 측이 제시한 연봉이 사상 첫 타격 7관왕과 9경기 연속 홈런 세계신기록을 달성한 선수에게 걸맞지 않게 적다는 게 팬들의 주장이었다. 결국 연봉협상은 결렬됐고 조정신청을 받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구단의 손을 들어 줬지만 팬들이나 언론은 이대호 선수의 손을 들어 줬다.

 반면 LG 투수 박명환은 연봉 5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대폭 삭감됐지만 곤두박질친 성적에 따른 연봉 삭감이었기 때문에 팬들도 언론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같은 해 9월 미국의 금융중심가 월스트리트에서는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었다. 당시 시위대의 주장 중 대부분은 금융위기를 초래한 금융회사 임원들의 탐욕과 이를 대변하는 정치권에 대한 비난이었다. 실제 스탠리 오닐 전 메릴린치 회장은 대규모 손실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도 1억6000만 달러의 퇴직금을 챙겼다. 켄 루이스 BoA 최고경영자(CEO)도 재임기간에 정부 구제금융을 지원받았지만 7200만 달러의 보상을 받고 회사를 떠났다.

 얼마 전 국회 정무위에서 연봉 5억원 범위 내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금액 이상을 받는 등기임원별 보수를 공시항목에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안이 통과됐다.

 법이 통과되자마자 재계를 비롯한 일부에서 “왜 국가가 내 지갑을 들여다보나” “여론재판하는 거냐” 등 과도한 간섭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성과에 걸맞은 보수 지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켜 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거나 회사 내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등이 주된 논리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연봉 공개를 밀어붙이는 의도를 의심한다. 물론 유난히 평등의식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 이런 우려를 기우라고 치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법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의결한 법안소위 위원장으로서 진정 안타까운 건 개정안의 핵심이 보수 산정의 방법과 기준을 공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보수 공개가 모든 것인 양 알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임원별 보수는 경영 성과와 연계돼야 한다. 주주와 투자자들은 이에 대해 명확히 알고 보수 지급액을 판단하며 결정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즉 임원의 보수 기준은 기업 오너에 대한 충성도가 아닌, 회사에 대한 객관적인 공헌도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영국·일본 등에서 이미 임원별 보수 공개가 이뤄지고 있다. 물론 각 나라의 특성에 따라 제도적 절차 등에 차이는 있지만 그 의의는 다를 바 없다.

 이대호 선수의 사례와 같이 우리 국민의 수준이 단지 임원 보수의 규모만 따질 정도로 낮지 않다. 얼마가 됐든 그 보수를 지급한 사유가 정당하다면 비난의 목소리가 크지 않을 것이다. 연봉 규모 보다 그에 부합한 경영능력이 있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책이든 순기능과 역기능이 상존한다. 특히 임원 보수 공개는 이제 시작이다. 해 보지도 않고 막연한 반대논리만을 내세우기보다 임원 스스로가 회사에 기여한 바를 제시하고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게 당당한 모습 아닌가. 있는 자가 베푸는 시혜적 사회공헌보다는 정당한 능력에 대해 정당한 대가가 보장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이제 막 사회에 나온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리라고 생각한다.

박민식 새누리당 부산 북-강서갑 의원

실익 없고 부작용만 속출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주총 시즌이 끝나자 대기업 임원의 보수가 세간의 화제가 됐다. 대기업 사내이사의 평균 연봉이 직원 평균 임금의 수십 배에 이른다는 기사도 쏟아져 나왔다. 잘못된 주장이다. 주어진 일을 하는 근로자의 ‘근로’와 기업의 명운을 결정하는 경영자의 ‘경영’을 동일시해 보수를 단순 비교해선 안 되는 까닭이다.

그렇더라도 이게 세간의 화제가 된다는 게 중요하다. 연봉 5억원을 넘는 상장회사 등기임원 개별 보수 및 보수 산정방법을 공시하는 방향으로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법안이 국회 정무위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시행될 경우 노사 간, 국민 간 위화감 조성은 물론이고 대립과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란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어디 이뿐인가. 결산업무를 증가시켜 기업의 업무비용을 가중시키고 지배구조의 심각한 훼손을 가져올 수도 있다. 임원 보수 수준의 하향 평준화와 기업의 영업비밀 침해 등도 문제다.

 사업보고서 작성업무 부담의 가중은 기업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2011년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도 아직 도입하지 않은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했다. 이후 상장기업은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했고, 재무제표의 주석까지 작성하느라 결산업무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전례가 있다. 결산서류의 분량이 수백 페이지에 이르는 경우도 생겼다. 여기에다 보수 산정방법에 관한 공시 서류까지 더하여 작성해야 한다면 서류의 양이 더욱 증가한다. 당연히 기업의 비용은 가중된다. 지난해 미국 필립모리스의 사업보고서는 95페이지인데 그중 32페이지가 보수에 관한 설명으로 채워져 있다. 존슨앤드존슨도 92페이지 중 보수 설명이 38페이지에 이른다. 보수 산정방법의 공시는 큰 실익도 없으면서 이처럼 막대한 비용을 수반하는 규제가 된다.

 우리나라 기업의 등기임원 보수는 우려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자. 삼성전자의 경우 등기임원 3인의 지난해 보수가 평균 52억원이다. 하지만 유사업종인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및 집행임원 등 5인의 평균 연봉은 134억원이다. 우리나라의 세계적 기업의 임원 보수는 이처럼 유사업종에 속하는 외국 기업 임원의 보수보다 훨씬 낮게 책정된다는 얘기다. 각국은 독특한 기업문화와 환경이 있기 때문에 수평적 비교 자체가 난센스이긴 하다. 그렇더라도 굳이 비교하겠다면 글로벌 기업의 경우는 세계적 수준에서 그리고 동종 업종의 외국 기업과 비교하는 게 맞다.

 각종 부작용도 속출할 것이다. 2002년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기업에 대해 사외이사를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되도록 증권거래법이 강제한 적이 있다. 그러자 기업은 이사의 수 자체를 확 줄여 버리는 것으로 대응했다. 보수의 개별적 공개 강요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등기임원의 수를 확 줄일 것이다. 기업의 오너조차도 등기이사에서 제외되기를 원할 것이다. 등기임원을 단 한 명만 두고 나머지는 사외이사를 임명한 기업도 있다. 사외이사의 보수는 명목적인 것에 그치는 경우가 많으므로 비용도 크게 절감된다. 이처럼 대응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이 경우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경영에 대한 실질책임자는 등기되지 않고 사외이사의 수는 많게 되는 방향으로 기업지배구조가 심각하게 왜곡된다. 벌써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