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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에 의한 물가 억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추석을 앞두고 쇠고기 값, 이발료, 차 값, 대중음식값, 영화관 입장료 등 협정가격과 허가료 등을 비롯하여 각종생활필수품 값이 일제히 오를 기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당황한 당국은 물가 및 폭리 감사반과 1천개 조의 공정과세특별조사반을 긴급 동원하여 적극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하였고 치안국은 협정가 위반자를 강력히 단속하여 허가증몰수까지 단행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보도되고있다.
추석은 상계의 가장 큰 대목으로서 이를 전후하여 상거래가 활발하여지고 이에 따라 약간의 물가가 오르는 것은 예년의 일로서 조금도 괴이한 일이 아니다. 정부가 이에 대하여 모든 강압수단을 동원하여 억압에 나선 것은 이미 8월에 전년에 비하여 서울 소비자물가 지수는 8%, 도매물가가 6·9% 상승하여 연중 억제 목표선에 육박하였기 때문이며 특히 선거비의 과다한 지출, 공공요금의 대폭인상, 세 부담의 가중 등 물가앙등요인의 대부분을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 스스로가 강행 조성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본 난에서 누차 지적하여 온바와 같이 오늘날의 물가수준도 물가상승요인의 누적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강압일변도의 정책으로 억압되었고 극히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인 만큼 폭발적인 상승의 계기를 대기하고 있는 것이므로 극히 위험한 상태에 있는 것이다.
한편 이 이상 물가가 오른다면 발표된 물가지수보다 훨씬 심각하게 피부로 느끼고 있는 서민생활은 크게 위협을 받을 것이며 판매가격이「코스트·푸쉬」의 속도를 따를 수 없는 수출업과 중소기업도 곤란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물가상승을 방치하여 둘 수 없는 형편이기는 하나 억압수단만으로는 효과를 거둘 수 없는 한계에 이미 도달한 것으로 보이며 세리와 경찰을 물가억압에 동원하는 전근대적인 수법에 언제까지나 의존하여도 좋을 것이냐 하는 점도 재고할 시기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물가는 모든 경제여건의 최종 종합적 지표로서 나타나는 것인 만큼 상승요인을 무수히 조성하여놓고 외부적인 힘으로 그 요인이 물가로 발현하는 것을 억압 또는 왜곡하여 보려는 것은 유해무익한 짓이다. 근래 우선 저질러놓고 본다. 터져 나오는 결과는 그때 가서 수습하면 된다는 식의 행정이 과감하고도 유능한 행정방식으로 크게 유행하고있는 감이 있다.
이와 같은 무서운 사고방식을 행정부로부터 하루속히 일소하고 건전한 경제정책수립의 자세부터 바로 잡아야 할 것이며 세무공무원과 경찰을 동원할 만큼 물가대책이 시급한 것이라면 지금부터라도 경부가 조성하고있는 각종 물가상승요인을 과감하게 제거하는 작업에 나서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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