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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오늘의 초점 (8) - 유료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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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폭 20「미터」의 6차선>
한국 첫 「유료도로」가 오는 9월 1일 서울에서 개통된다. 노량진에서 영등포의 공항로 입구에 이르는 연장 3천7백20미터, 폭 20미터의 대로가 『돈을 내야만 갈 수 있는』 새 서울의 명물로서 선을 보이게 되었다. 선진국선 흔한 이 유료도로 1호의 탄생이 『우리 나라도 세계수준에 이르렀단 말인가』 아니면 『돈 없인 길도 마음대로 못 가는가』로 약간의 시비가 없진 않았지만 어쨌든 「매머드」 건설공사의 완공은 다행한 일.
한강 기슭을 따라 10여리 가까이 뻗은 이 길은 사치 감마저 있는 우리 나라 최고의 「딜럭스」도로. 6차선으로 나뉜 도로의 중앙부 4차선은 고급 「로베카」로 포장을 했고 양측 가로에 있는 30미터 간격으로 2백와트짜리 수은등이 휘황하게 거리를 밝혀준다. 통행차량은 최고 시속 70킬로로 11분이면 주파할 수 있다.

<공사비 2억8천만원>
또 도로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길 위에는 콩알만한 돌 하나 없게끔 늘 사람이 달려 철저히 관리토록 되어 있으며 강변 쪽에는 탄탄한 철책으로 「가드·케이블」을 치고 다른 쪽에는 높이 1미터쯤의 「가드·휀스」를 둘러 사람이나 동물의 돌입을 막도록 했다.
서울시가 이 도로를 착공한 것은 지난 3월 7일 하루에 통행차량이 2만7천여 대나 되는 영등포∼노량진까지의 교통량을 분산, 소통을 빠르게 하고 외빈 출입이 잦은 서울 관문을 근대화시키며 정부의 한강 다목적 이용정책의 일환사업으로 추진된 것.
이리하여 영등포∼노량진간의 교통량 70%를 흡수하고 지름 15분 걸리던 시간을 11분30초로 3분30초 단축시키며 관광도로로서도 개발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한 것. 한강변의 기적의 꿈이 서린 이 도로의 남쪽에 생기는 유휴지를 매립, 4만여평 4억원 상당의 새 주택단지를 조성해낼 수 있게 하여 일거양득을 노렸다.
이 총 2억8천만원이 투자된 이 「매머드」 건설공사에 동원된 인부가 11만5천명, 「불도저」와 「트럭」이 연 1만2천7백대나 투입되었다.

<14년 후 본전 빼면 무료>
서울시는 이 도로를 우리 나라 처음으로 유료화 하기로 하고 이미 소방차·구급차 등 특수차량을 제외한 통행차량으로부터 최저 10원에서 최고 1백원까지 받기로 건설부의 요금승인까지 받았다.
서울시의 이 같은 방침은 선진국의 예를 따라 수익자부담을 원칙으로 하여 공용물에 대한 유지관리에 시범을 보이며 독립회계에 따른 재투자의 재원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확정된 요금은 「버스」 「트럭」이 30원 「택시」 경화물차가 20원, 2륜 승용 또는 화물차가 10원이며 대형특수차량은 1백원씩이다. 서울시는 이와 같은 요금으로 오는 82년 3월까지 14년6개월간에 본전을 뽑아낸 뒤에 무료로 전환시키겠다는 것이다. 그 본전도 투자액 2억8천만원 밖에 금리와 보험료, 관리유지비까지 합쳐 약 4억여원이 넘으리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도로에서 1년에 2천8백만원, 하루에는 8만여원의 수입을 예상하게 되는데 이 수입은 「버스」의 경우 2천대의 통행료에 해당한다.
서울시 당국자는 외국의 경우 대부분 차량의 증가와 소비성향의 증대 등으로 유료도로가 예정기간의 3분의 2안에 총 투자액을 회수하여 성공을 거두고 있음을 들어 이 강변도로도 10여년이면 무료화가 가능할지 모른다고 낙관한다.
일본은 유료도로가 생긴지 6, 7년밖에 안되지만 벌써 20여개로 최장 16.1킬로(석진∼만좌온천간)에서 최단 0.615킬로(계빈)에 이른다.

<경기 좋은 미·일 도로>
미국에도 「뉴저지·턴·파이크」(118마일)나 「펜실베이니아·턴·파이크」(360마일) 등 대표적인 유료도로가 많다.
이 유료도로들은 경기가 좋다. 일본의 경우는 대부분의 유료도로를 국가나 지방행정청에서 하지 않고 공단이나 사 기업가들이 하고 있는 것으로도 짐작이 간다. 예를 들면 부사산 자동차회사의 천간신사∼마반(7.6킬로)간, 장야전철의 현경∼만과온천(5.6킬로)간 등 관광지에 자리잡아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 유료도로의 요금을 둘러싸고 시비가 있다. 첫째 『길 가는데도 돈을 받아서야 되겠는가』는 일반서민의 불만이다.
일본에서 유료도로 제가 처음 실시되던 50년대 후반은 일본경제가 한창 번영을 구가하던 때인데 우리 나라는 아직 국민부담이 이를 감당하기에는 벅차다는 것이다. 두 번 째는 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이번 책정된 요금은 일본보다는 싸지만 미국보다는 비싸다. 미국 「펜실베이니아·턴·파이크」의 경우 1킬로에 「버스」가 5원40전 「택시」가 2원70전 꼴이 되는데 우리는 「버스」가 6원 「택시」가 5원40전 꼴로 「택시」는 갑절이나 비싸다.
서울시는 앞으로 처음 시도되는 유료도로의 성패를 보아 이 길을 김포공항까지 확장, 유료화 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이 서울의 유료도로를 시발점으로 하여 앞으로 10년 동안에 전국에 15개의 유료도로를 건설할 계획인데 고가도로 고속도로가 전국의 주요지점을 이어 뻗어나가면 우리 나라의 건설이 그만큼 빨라지고 우리네 살림도 그에 따라 하루하루 살쪄 가는 「템포」도 빨라질 수 있을까? 글·정덕교 기자 사진·송영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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