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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노무현 차명계좌 정보, 임경묵씨가 알려준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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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조현오(左), 임경묵(右)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존재한다는 이른바 ‘노무현 차명계좌’ 발언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조현오(58) 전 경찰청장이 23일 항소심 첫 공판에서 “해당 정보를 알려준 사람은 임경묵(68)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이라고 밝혔다. 임 전 이사장은 안기부(현 국가정보원) 102실장 출신으로, MB 정부에선 국정원 산하 국책 연구기관인 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으로 재직하다 지난 3월 물러났다. 법원은 임 전 이사장을 다음 재판(5월 14일) 때 증인으로 불러 신문키로 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 전주혜)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조 전 청장은 “(차명계좌 발언이 나온 2010년 3월 31일 전경 대상) 강연의 내용은 그 열흘 전께 임 전 이사장과 한남동 하얏트 호텔 일식당에서 만나 들은 얘기”라며 “경찰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어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조 전 청장은 또 “강연 이후에도 노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당시 대검 중수부 최고 책임자와 중수부 금융자금수사팀장을 지낸 법무사 이모씨로부터 ‘수상한 돈 흐름을 발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대검 중수부장 이인규(55) 변호사와 대검 수사기획관 홍만표(54) 변호사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 데다 조 전 청장과 친분도 없다”고 밝혔다.

 임 전 이사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 전 청장은 우연히 아는 사람들과의 모임에서 밥 한 끼 먹은 것이 전부인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그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할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박범계 의원은 “조 전 청장의 진술이 조금이라도 진실성이 있다면 대한민국의 중추적인 수사정보기관인 대검 중수부와 국정원, 경찰의 삼각 동맹이 노무현 대통령을 부관참시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조 전 청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이던 2010년 3월 말 전경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전날 10만원권 수표가 입금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되자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다”고 말했다가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가 구속 8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김기환 기자

◆임경묵은 누구=김대중·이회창 후보가 맞붙은 1997년 대선 당시 안기부 국내 102실장으로 있으면서 ‘북풍 공작’ 사건에 연루됐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후 기독교 정·재계 인사를 중심으로 한 ‘극동포럼’을 창설해 초대 회장을 맡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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